바야흐로 혁신의 시대다. 기존의 것과 완전히 다른 새로움을 추구하지 않거나 차별화 하지 못하면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전방위 산업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이란 말의 무게감은 상상 그 이상이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앞서가는 글로벌 기업의 혁신 사례를 키워드 중심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 마윈 알리바바 회장.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최소 생활비 빼고 다 내놓으세요. 세계에서 가장 큰 비즈니스 사이트를 만들어 혁명을 일으키겠습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e-commerce) 기업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 회장은 지난 1999년 2월21일 중국 항저우 자택에 모인 18명 앞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마윈은 이날 인터넷 사업에 대한 전망과 사업 계획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이에 공감한 18명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알리바바는 출발했다. 마윈의 리더십으로 초고속 성장한 알리바바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알리바바는 현재 5만명이 일하는 초대형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출 규모는 미국 아마존과 이베이를 합친 것보다 많다. 알리바바의 연간(2016년 4월∼2017년 3월) 매출액은 229억9400만달러(25조9000억원)에 달하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9억8100만달러(7조8600억원), 59억8900만달러(6조7500억원) 수준이다. 알리바바 플랫폼을 통한 연간 실제 구매자는 4억5400만명, 월간 모바일 실제 사용자의 경우 5억700만명에 이른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알리바바는 마윈의 리더십과 더불어 그의 역발상 전략이 성공의 핵심 원동력이란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인 예는 지난 2005년 야후 차이나를 인수할 때다. 알리바바가 야후 차이나를 사는 딜인데, 야후도 알리바바의 지분 40%를 갖도록 하는 이상한 인수·합병(M&A)을 했다. 얻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윈은 이와 관련 "중국에서 전자상거래가 발전하려면 반드시 검색엔진이 필요했다"며 "야후의 체면을 살려주고 협상도 하려고 이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뼈를 얻고자 살을 준 셈이다.
창업 초기에 일본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중국 내 반일 정서가 극에 달했을 때다.
마윈은 일본 자본 유치에 대한 지적을 두고 "결정은 내가 하고 다른 사람(투자자)은 조수에 불과하다"며 의사결정권에 어떠한 영향도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중국인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며 "일본을 미워하지 말고 그로부터 배워서 앞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상거래 기업에 매우 중요한 홍보 활동에서도 이런 역발상이 통했다. 창업 초기 알리바바는 외국 유명 언론과의 인터뷰도 거절할 정도로 신비주의를 유지했다. 중국 기업인 점을 숨기고 글로벌 시장에 나갔기 때문에 알리바바가 터키 회사인줄 알고 '터키 회사가 중국에 진출한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더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으면서 외국 가입자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는 전 세계 대상의 마케팅이 주효했고 경쟁자들의 견제를 피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는 초기 알리바바가 만든 것이란 점도 숨기다가 성과가 나올 때쯤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 [사진=알리바바그룹] |
실체를 숨기는 역발상뿐만 아니라 정보를 개방하는 역발상도 선보였다. 지난 2008년 타오바오는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에 상품 검색을 차단시켰다. 예를 들어 쿠팡이나 11번가와 같은 쇼핑 플랫폼이 네이버를 떠나는 것과 비슷하다. 고객 유입의 대표적 경로라 할 수 있는 검색 플랫폼의 도움을 거부한 것이라 파격적인 움직임이었다.
그런데 지난 2010년에는 타오바오의 쇼핑 관련 데이터를 공개했다. 차단을 통해 타오바오 플랫폼의 자체 경쟁력을 키우고 정보 공개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얻는 행보로 요약된다. 이런 역발상 행보 속에서도 온라인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신용의 중요성은 늘 첫 번째로 강조하는 등 기본에는 충실했다.
마윈의 역발상과 리더십은 알리바바의 단순하면서도 뚜렷한 사명 아래 추진력을 얻는다. 알리바바의 사명은 '전 세계 모든 사업을 하기 쉽게 해주자'(to make it easy to do business anywhere)다. 기업 고객이든 일반 소비자 고객이든 그들을 만족하게 하는 것은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마윈의 역발상과 리더십이 다 성공한 것은 아니다. 글로벌 인재를 막대한 연봉으로 영입한 뒤 영국과 한국 등 외국 사이트를 동시 오픈하는 공격경영을 했으나 1년 만에 포기하고 구조조정에 나섰던 사례도 있다.
"돈을 씁시다!! 소비합시다!!!"
또 마윈은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진행되고 있을 때 무려 다섯개의 느낌표를 담은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냈다. 고위직을 제외한 일반 직원들에게 연말 상여금도 줬다. 회사로서 책임감을 보여주고 인재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가 담겼다.
대외적으로는 '중소기업 겨울나기 생존발전'이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알리바바의 이익을 낮추는 대신 중소기업의 수출을 돕는 프로젝트였다. 이처럼 위기가 닥쳐도 기회로 만든 알리바바의 역발상 전략이 오늘의 모습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