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의 인공지능(AI) 연구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미국 저명학자가 카이스트 주최 세미나에 발표자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토비 왈시 뉴사우스웨일즈대학 교수다. 그는 지난 4월 세계 인공지능(AI) 및 로봇 연구분야 학자 50여명과 함께 카이스트가 추진하는 AI 무기 연구에 항의, 보이콧을 선언했다.
당시 카이스트가 총장 명의의 서신을 통해 "킬러 무기 개발 의사가 전혀 없다"고 해명하면서 사태는 무마됐지만,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 분위기여서 주목을 받았다.
▲ 카이스트가 21일 개최한 '인공지능 길들이기' 국제세미나에 연사로 참여한 토비 왈시 뉴사우스웨일즈 대학 교수(앞줄 왼쪽 다섯번째)와 이수영 인공지능연구소장(앞줄 왼쪽 여섯번째) |
토비 왈시 교수는 카이스트 인공지능연구소와 4차산업혁명지능정보센터가 2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연 '인공지능 길들이기:공학, 윤리, 정책' 세미나에 주요 연사로 참여했다. 이 세미나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AI를 책임 있게 개발해 윤리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공학·정책적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날 왈시 교수는 "카이스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연구기관인데 군비 경쟁에 참여했다는 것에 실망해 당시 보이콧을 주도했었다"라며 "그 당시 총장에게도 개인적으로 서한을 보내 어떤 목적으로 연구를 하는지 질문했으나 답변이 안와 보이콧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후 카이스트는 내가 질문했던 것보다 더 명확하고 방대하게 답변을 보내왔다"며 "당시 답변에 대해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무기의 위험성에 대해서 경고했다. 그는 "자율 살상 무기는 24시간 일하면서도 아무런 윤리 의식이 없다"며 "만약 개발되면 치명적인 무기가 될 것이고 세계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핵전쟁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왈시 교수는 카이스트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AI 연구 기술력을 갖춘 구글에게도 윤리 문제를 지적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몇주 전 구글에 AI 윤리 정책에 대한 질문서를 보냈는데, 카이스트 때보다 늦긴 했지만 답변을 받았다"라며 "구글은 AI 연구 윤리를 갖고 있는데 특히 무기와 관련된 연구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의 이 같은 원칙에 대해 완벽하게 만족하진 않지만 앞으로 누가 구글과 같은 민간기업을 감독할 것이냐에 대한 과제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세미나를 마련한 이수영 카이스트 인공지능연구소장(교수)은 "왈시 교수가 보이콧 했던 곳은 인공지능연구소가 아닌 다른 카이스트 연구 조직"이라며 "카이스트 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연구센터가 있고 그 가운데 하나가 한화와 함께 연구를 했는데 오해를 받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