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음원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는 것은 시장 성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음원이 이들 사이에서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만큼 주요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전망이다.
◇ 스마트폰 등장, 디지털 음원 '쑥쑥'
음악 산업은 크게 음반 기획 및 제작과 같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영역과 디지털 음원의 제작 및 유통을 하는 온라인 영역으로 나뉜다. 국내에선 2000년대 이후 음반 산업 규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반면 디지털 음악은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MP3플레이어에 이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디지털 음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음원 중에서도 다운로드 방식보다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이 뚜렷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3세대(3G)와 롱텀에볼루션(LTE), 무선인터넷(와이파이) 등 통신 서비스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접속만 하면 음악을 손쉽게 들을 수 있는 데이터 환경이 조성된 것이 촉매제로 작용했다.
음원 시장은 거침없는 성장을 보이고 있다. 국제음반산업협회가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음악시장의 총 매출은 173억달러로 전년(160억달러) 대비 8.1% 증가했다. 2014년부터 3년 연속 성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협회가 1997년부터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성장률을 기록했다.
음원 시장이 급성장하게 된 계기로 스트리밍을 통한 소비 방식을 빼놓을 수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스트리밍 방식의 매출은 전년(47억달러) 대비 41.1% 증가한 66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음악 시장 매출의 38%에 달하는 적지 않은 비중이다.
아울러 세계적으로 스트리밍을 통한 음악 소비가 늘어나면서 유료 가입자 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6400만명의 유료 가입자가 새로 추가되면서 전체 유료가입자수는 1억7600만명에 달한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6 음악백서'에 따르면 온라인 음악 유통업 매출은 2015년간 2014년 대비 12.6%, 2013~2015년간 평균 12.0% 성장했다. 여기에는 디지털 음원에 대한 강도높은 저작권법 적용이 도입, 음원이 더 이상 온라인에서 '공짜'로 돌아다니는 콘텐츠가 아니라는 인식이 작용한 것이 컸다.
◇ AI 스피커 차별화 요소는 콘텐츠
음원 콘텐츠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쓰임새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공지능 기반 음성인식 스피커를 중심으로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하나금융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음성인식 스피커 등 다양한 기술과 이에 기반한 서비스 및 제품들의 등장이 가시화되고 있다.
구글만 해도 과거엔 인터넷 검색엔진을 통해 이용자 트래픽을 확보하고 이를 광고 사업에 연결시켰으나 최근엔 인공지능 기반 AI 스피커를 통해 사용자들의 다양한 요구 사항을 서비스로 제공, 트래픽을 확대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AI 스피커에는 음성 데이터가 필수적인데 이용자들이 거부감 없이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로서 음원 만한 것이 없다는 평가다. 아울러 멜론과 지니, 벅스 등 음원 서비스는 이미 다수의 유료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어 AI 스피커의 이용자 확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음원은 AI 스피커의 주요한 즐길거리일 뿐만 아니라 이용 생태계 확대의 첨병 역할까지 맡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를 비롯해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인터넷 기업들이 앞다퉈 AI 스피커를 선보이면서 음원을 핵심 콘텐츠로 내세우고 있다. 자체 AI 플랫폼의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음원 콘텐츠는 필수적으로 탑재하고 있다.
업계에선 결국 AI 서비스의 차별화는 콘텐츠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얼마나 좋은 음원 콘텐츠를 확보했느냐가 서비스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원 서비스 기업들도 양질의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외부 연예기획사 및 콘텐츠 제작사와의 협력, 혹은 자체 제작을 통해 콘텐츠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자회사이자 멜론 운영사인 카카오M과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카카오는 합병 이후 음악과 영상 제작을 아우르는 콘텐츠 사업을 위해 별도 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올 하반기 새 음악 플랫폼 출시를 앞두고 있는 SK텔레콤은 올해 초부터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음원 유통 및 음원 사이트 사업 제휴 협약을 맺기도 했다. 스마트폰에 최적화한 뮤직비디오 콘텐츠로 젊은층 사이에서 유명한 '딩고뮤직'의 메이크어스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네이버 역시 YG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기획사들과 손을 잡고 있으며 메이크어스에 지분 투자를 통해 음원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