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이세정 기자] 8인치 대화면을 탑재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고화질 동영상이 가득 채우고 있다.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지 않고 유튜브에서 바로 틀었는데도 끊김 없이 선명한 화면이 나와 감탄을 자아낸다.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9 현장에서 직접 살펴본 화웨이 5세대 이동통신(5G) 폴더블폰 메이트X의 모습이다. 5G 시대 핵심 서비스인 고화질 동영상을 매끄럽게 재생할 수 있도록 하면서 현지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렇듯 화웨이는 핫(Hot) 이슈인 5G를 공략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한때 저가폰 이미지가 강했으나 5G폰을 선보이면서 시장의 핵으로 부상한 것이다. 화웨이는 5G폰과 연결되는 기기와 환경을 스마트홈, 오피스 등으로 확대하면서 5G 시장을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달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 2019 현장에서 만난 클리프 치앙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그룹 R&D 부사장은 이 같은 5G 전략을 제시했다. 물론 중국과의 무역 마찰로 제품 판매에 안개가 드리운 미국 시장에 대해 유감의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 폰 다음은 홈·오피스
화웨이는 중장기적으로 가전, 통신, 인터넷기업들간에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스마트홈과 오피스 시장에 뛰어든다. 화웨이 스마트폰이 5G를 통해 IT 디바이스뿐 아니라 가전제품, 사무공간 등과도 연결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전략을 치앙 부사장은 '1+8+10'이라는 공식으로 제시했다. 여기서 1은 화웨이 스마트폰을, 8은 통신망을 통해 화웨이폰과 연동,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TV, 자동차, 태블릿, PC, 스마트 워치, 인공지능(AI) 스피커, 홈 관련기기 등 8개 IT 디바이스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1+8+10'에서 10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치앙 부사장은 "5G폰의 첫 번째 스텝이 '1+8'이라면 그 다음 스텝은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기기와 환경을 확장하는 것"이라면서 "냉장고, 자전거부터 오피스까지 다양하게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IT 디바이스간 연결만 지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가전제품, 사무공간 등 일상 곳곳에서 스마트폰으로 관련 서비스를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이 현실화되는 시점은 2021~2022년으로 잡고 있다.
이는 스마트홈, 오피스 시장 진출은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펼치고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폰 AI 비서인 빅스비로 자사 가전제품을 제어하도록 하는 한편 외부 가전, 건설사와도 협력하고 있다. LG전자 또한 AI 플랫폼 씽큐를 중심으로 외부 제휴를 추진하는 중이다.
스마트홈과 오피스는 5G를 통해 생활 편의, 보안, 헬스케어 등을 서비스해 연관 분야가 다양하고 성장 속도가 빠른 영역이다. 화웨이는 이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관련기업간 경쟁에서 주도권을 쥔다는 구상이다.
◇ 미국 시장은 낙관 안해
그는 5G 전략을 소개하면서도 주요 스마트폰 시장인 미국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5G 장비를 비롯한 중국제품을 견제하는 미국에서 원활하게 스마트폰을 판매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 쉽사리 낙관하지 않는 모습이다.
치앙 부사장은 "화웨이는 언제나 미국 시장에 열려 있으며 이미 준비된 상태"라면서도 "화웨이 스마트폰이 품질이 높으면서도 싸다는 점을 미국 시장에서 알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5G 도입에 따른 다양한 미래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5G를 통해 이용자의 건강정보를 수집, 관리하고 관련기관과 연결하는 등 생활 편의 서비스가 도입되는 것은 물론 가상현실(VR) 카메라 촬영이 일상화된다는 것이다.
치앙 부사장은 "현재는 자녀가 위챗이나 라인 메신저를 보내 나이 든 부모에게 문제가 없는지 일일이 확인하곤 한다"면서 "부모가 건강정보를 수집, 관리하는 스마트 워치를 착용하고 있다면 문제 시 자녀, 병원에 스마트폰으로 통보하는 5G 서비스가 도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VR 카메라로 촬영해 몰입도가 높은 영상을 만들고 여러 사람에게 방송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현재 관련 현재 SDK(소프트웨어 개발도구)가 마련됐으니 머지 않아 일어날 일"이라고 관측했다.
5G 서비스의 수익모델 또한 가시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치앙 부사장은 "현재도 방송 서비스에 결제하도록 하는 수익모델이 있는데, 앞으로는 개인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3D 홀로그램을 제작, 판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