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를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바이낸스, 고팍스 인수협상 중"
10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고팍스 구주와 신주 등 약 40%의 지분을 매입하는 형태로 고팍스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팍스 관계자는 "글로벌 인프라 업체와 관련한 투자의향서 제출 이후 실사가 끝났다"며 "비밀 유지 조건으로 인해 실제 체결 전까지는 아무것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업계는 고팍스 측이 언급한 '글로벌 인프라 업체'를 바이낸스라 보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바이낸스가 고팍스 인수 협상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맞다"며 "고팍스는 '고파이' 상환 때문에 이번 일에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파이는 가상화폐를 맡기면 그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는 고팍스의 예치 서비스로, 미국의 가상자산 대출업체인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세계 3위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소였던 FTX가 파산하며 고파이 상품의 원금과 이자 지급에 문제가 생겼다. 제네시스 트레이딩의 자금이 FTX에 묶인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FTX 계좌에 묶인 제네시스 트레이딩의 금액은 1억7500만달러(2178억9250만원)다.
바이낸스, 한국시장 진출 재시동
앞서 바이낸스는 2020년 '바이낸스코리아'를 설립하며 한국 시장에 발을 담갔지만 지난해 9월 문을 닫았다. 바이낸스가 한국 시장 철수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지만,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이 배경 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금법의 핵심은 실명 확인 입출금계좌의 유무다. 특금법에 따라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않은 가상자산사업자는 국내 영업을 할 수 없다. 국내 실명계좌를 획득하지 못한 바이낸스는 현재 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로 등록하지 못한 상태다.
바이낸스가 다시 국내 시장 진출에 불을 붙이는 이유는 가상자산 거래 규모 세계 3위인 한국 시장을 놓칠 수 없어서다.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쟁글'이 지난달 발표한 '한국 가상자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점유율은 8.7%로 미국(69.8%)과 일본(11.3%)에 이어 세계 3위다.
바이낸스는 바이낸스코리아 철수 이후에도 한국 시장 진출에 미련을 보이기도 했다. 이 회사는 바이낸스코리아 철수 이후인 지난해 8월 부산광역시와 부산 디지털자산 거래소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바이낸스가 부산 디지털자산 거래소 설립을 위해 회사의 기술과 인프라를 지원하고, 부산은 바이낸스의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행정 지원을 하는 것이 골자다.
바이낸스 진출 영향력은?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가 일으킬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번 인수가 가상자산 거래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바이낸스의 파생 상품을 우리나라 시장에서 팔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바이낸스의 최대 강점인 암호화폐 파생 상품을 팔지 못한다면 업계 판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바이낸스가 차지하는 세계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량 비율은 51.6%다. 파생상품이 바이낸스의 성장 밑거름인 셈이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2017년 암호화폐를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 볼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암호화폐가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바이낸스의 지분 투자가 가상자산 거래 제도 개편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박성준 동국대학교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실제로 인수가 이뤄진다면 해외 업체인 바이낸스에 특금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 정책과 제도가 국제적인 기준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논의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