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oo shall pass."
번역하면 "이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지난 7일 자신의 카카오톡 상태메시지를 이렇게 바꿨다. 카톡 배경이미지는 아이슬란드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굴포스(Gullfoss)' 사진을 썼다. 굴포스는 현지어로 '황금폭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대자연에 기대고픈 회귀본능, 지금의 고난은 잠깐일 뿐 끝은 찬란하리라는 희망이 교차한 건 아닐까. 카톡 프로필을 바꾼 건 공교롭게도 엔씨소프트로부터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한지 이틀이 지난 시점이다. 그날 카카오게임즈는 "(저작권법 등) 법률 위반이 아니다"라며 이번 소송에 본격 대응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아키에이지 워는 카카오게임즈가 준비한 야심작이다. 게임 개발은 엑스엘게임즈가 맡았다. 앞서 최관호 엑스엘게임즈 공동대표(경영총괄)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20년 넘는 기간 동안 수십여 게임을 출시해봤지만 이번만큼 간절하고 절실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그래서 더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많이 애썼다"고 기대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 소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지난 10~11일 이틀에 걸쳐 경기도 성남 판교를 찾았다. 소송 당사자인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엑스엘게임즈가 모여 있는 곳이다. 혼신의 힘을 쓴 역작이 소송에 휩싸인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걸까.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 임직원들은 말을 아꼈다.
엑스엘게임즈 직원들은 대체로 "우리랑 다른 팀의 일"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아키에이지 워 개발팀 소속이라고 밝힌 엑스엘게임즈 개발자도 "답할 수 없다"며 자리를 떴다. '리니지의 아버지'라는 별명이 붙은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공동대표(개발총괄)도 만났다. 그 역시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조 대표에게도 연락을 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로부터 대신 연락이 왔다. "별다르게 말씀드릴 게 없다. 질문에 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내용이다.
소송을 건 엔씨소프트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비즈워치가 만난 엔씨소프트 직원들은 "다른 팀이라 (소송과 관련해선) 들은 게 없다"고 답했다. 이틀간 세 회사 임직원 30명 정도를 만났지만 마음 속에 담아둔 얘기를 꺼내는 이들을 찾기는 어려웠다.
이용자들 사이에선 "(카카오게임즈가) 선을 넘었다"는 의견부터 "그렇다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독주를 놔둬야 하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일부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냉소적 시선으로 이번 일을 바라보고 있다. 세계를 이끄는 한국 게임의 성장판이 닫히고 있다는 신호일까, 더 큰 도약을 위한 성장통일까. 이번 소송을 접하면서 물음이 끊이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