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음원 서비스 업체 '멜론'에 대해 중도해지를 신청할 수 있는 사실을 이용자 상대로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멜론 측은 공정위 조사 이전부터 중도해지 기능을 구현하고 안내하는 등 선제적 조치를 하고 있었는데다, 다른 사업자는 해당 기능이 없거나 복잡한 구조로 하고 있음에도 멜론만 제재한다는 점에서 공평하지 않은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중도해지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 vs "알렸어요. 예전부터"
공정위는 지난 21일 카카오가 멜론 앱, 카카오톡 앱 등을 이용해 정기결제형 음악감상 전용 이용권 등을 판매한 뒤 '일반해지' 외에 이용권 구입금액에서 이미 이용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환급받을 수 있는 중도해지도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자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98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중도해지를 신청하려면 PC웹을 이용하거나 고객센터에 문의해야 한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며 "카카오의 행위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거짓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하고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공정위 조사 이전에도 '웹 FAQ'나 '결제 전 유의사항' 등에서 중도해지 안내·고지를 충분히 하고 있었다"며 반박했다.
또한 웹의 중도해지 버튼과 고객센터를 통해 중도해지를 지원했고, 실제로 일반해지가 아닌 중도해지를 원했던 가입자들은 웹과 고객센터를 통해 어렵지 않게 중도해지를 했다는 것이다.
멜론 측은 "이런 건으로 인해 중도해지를 못하고 일반해지를 하게 됐다는 실증적 증거도 없다"고 했다.
"멜론은 오히려 잘하고 있는 업체인데…"
멜론은 이번 사안에 대해 공정위의 조사가 공평하지 않다는 입장도 피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멜론을 제외한 대부분 구독 서비스는 중도해지 기능을 제공하지 않거나, 제공하더라도 고객센터 등을 통해서만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도해지 기능은 유튜브 뮤직이나 스포티파이 등 외국 플랫폼이 제공조차 하지 않는 것"이라며 "최근 공정위가 추진중인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도 유사한 수순을 밟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카카오가 공정위의 조사 이전부터 중도해지 버튼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조사 과정에서 법위반행위를 자진해 시정하기 위해 중도해지 버튼을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멜론이 업계에서 유일하게 중도해지 버튼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별도로 반박하진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 이전부터 관련 조치가 있었고, 조사 이후에는 상세 기능 구현을 마치는 등 잘 하고 있는 업체도 과징금을 피하지 못한 사례"라며 "이런 공정위의 다른 잣대가 이어지면 미국·중국 빅테크가 운영하는 플랫폼이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공정위 의결서를 받은 뒤 이번 처분에 대한 이의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