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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논란 속 회장직 신설…"95% 찬성"

  • 2024.03.15(금) 14:29

"R&D 우수인력 유치 위해 필요"
일부 임직원·창업주 손녀 반발

故 유일한 박사의 손녀인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가 25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열린 제101기 정기주주총회장에 입장하는 모습. /사진=김윤화 기자 kyh94@

유한양행이 회장직을 신설하는 안건이 주주총회서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되면서 사유화 논란이 일단락된 모습이다. 이번 사태로 수면 위로 드러난 현 경영진에 대한 임직원들의 불신은 풀어야 할 숙제다. 고(故) 유일한 박사의 손녀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와 갈등을 미처 봉합하지 못하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여지도 남겨뒀다.

유한양행은 15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제101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결의로 회장과 부회장을 선임할 수 있는 내용의 정관변경 안건을 가결했다. 사전 우려와 달리 의안은 참석주주 95%가 찬성하면서 무난히 통과됐다.

유한양행은 정관변경을 추진하는 이유가 R&D(연구개발) 분야에서 우수한 인력을 선제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 정관상 외부 경영진을 추가로 들여오기 위해서는 별도의 주주총회를 열어야 하는 등 제약이 크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높은 찬성률로 안건이 통과됐지만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30여년 만에 처음 신설되는 회장직에 일부 주주들과 고 유일한 박사의 손녀인 유일링 이사가 반발했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유일한 박사의 창립정신을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유일링 이사는 이날 주총에서 "오늘 하고 싶은 말은 할아버지의 뜻과 정신이야말로 회사가 나아가야 할 가이드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모든 건 이를 따라 얼마나 정직하고 거버넌스(지배구조)에 도움이 되는가로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한 주주는 "조직을 슬림화(가볍게) 하고 신속하게 만들어야 하는 시기에 오히려 더 무겁고, 관료적으로 발전해 가는 방향을 보니 우려가 생긴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정희 유한양행 의장(오른쪽)과 조욱제 대표이사가 25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열린 제101기 정기주주총회장에 입장하는 모습. /사진=김윤화 기자 kyh94@

사측은 이정희 유한양행 의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을 회장과 부회장직에 선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사유화 논란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번 직급 신설안은 글로벌 50대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선제 조치라고 강조했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는 "회장, 부회장직을 신설한 것은 어떤 다른 사심이나 목적이 있는 게 아님을 명예를 걸고 말씀드린다"면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혁신신약 개발이 필요하고, 현 정관은 특히 R&D에서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는 데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고 했다. 

안건이 통과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경영진에 대한 일부 임직원들의 불신은 여전히 풀어야 하는 과제로 남았다. 앞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 모인 임직원들은 회장직 신설 안건뿐만 아니라 일부 경영진의 사퇴를 요구하는 트럭시위를 지난달부터 유한양행 본사 앞에서 진행하고 있다.

유일링 이사도 회장 신설안이 통과된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모두가 다 알게 될 것(everyone will know)"이라는 의미심장한 답을 남기고 주총장을 떠났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회장직 신설안 등에 반대하는 임직원들과 소통을 하고 싶지만 익명 커뮤니티(블라인드)에만 의사를 남겨 현실적으로 소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회사와 유일링 이사와의 갈등이 해소됐느냐는 물음에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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