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DOGE), 시바이누(SHIB) 등 개를 소재로 한 밈(meme)코인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고양이와 고릴라, 나무늘보, 오리, 개구리 등을 내세운 밈코인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깜찍발랄한 동물 캐릭터로 눈길을 끌지만 활용성과 가치는 입증되지 않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고양이 코인은 뮤(MEW), 웬(WEN), 팝캣(POPCAT) 등이다. 뮤코인은 '개 세상 속의 고양이(cat in a dogs world)'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달 처음 해외거래소에 상장됐다. 코인게코 집계에 따르면 상장 한달 밖에 안된 뮤코인의 현재 시가총액은 5억달러(약 6870억원)에 달한다.
고양이 밈코인이 유행을 타면서 급등한 코인도 다수다. 최근 일주일새 팝캣은 200%이상 올랐고, 파자마스캣(PAJAMASCAT)과 지미오우캣(GMEOWCAT)은 300% 넘게 급등했다. 이밖에도 미국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고양이 이름을 딴 벤지(BENJI)를 비롯해 펩캣(PEPCAT), 배트캣(BATCAT), 바나나캣(BANANACAT) 등 약 80종의 고양이 밈코인이 출시돼 있다.
나무늘보 코인도 최근 2종이나 시장에 나왔다. 지난달 중순 출시된 슬러프(SLERF)는 출시 후 일 거래량이 27억달러(약 3조 7000억원)에 달해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이어 슬러프의 친구인 슬로사나(SLOTH)는 코믹한 스토리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슬로사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코인투자자가 된 나무늘보다.
거위, 오리 코인도 등장했다. 올해 초 글로벌 거래소에 상장된 혼크(HONK)는 게임에서 보스가 되려고 하는 대담한 거위를 모델로 했으며, 지난달에는 개구리 밈코인 페페(PEPE)의 오리 친구라며 듀페(DUPE)가 시장에 나왔다.
이밖에도 고릴라, 용, 펭귄, 원숭이, 라마 등 다양한 동물을 내세운 코인들이 즐비하다. 재미와 유행을 쫓는 밈코인은 동물 외에도 인형, 만화·게임 캐릭터 등 다양한 소재를 기반으로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테디베어월드도 밈코인 테디베어토큰(TBT)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재미있지만 투자는 '글쎄'
올해 들어 동물을 소재로 한 다양한 밈코인이 시장에 나온 것은 코인시장이 호황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유행을 타기 때문에 투기적 수요에 의해 급등락을 반복하고 급속도로 열기가 식어버리는 밈코인은 시장이 좋을 때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밈코인의 주요 특성이자 가장 큰 단점은 일반적인 유틸리티 토큰 등에 비해 사용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밈코인 발행사들은 로드맵과 사업 목표는커녕, 공식적으로 팀도 밝히지 않고 백서조차 갖추지 못한 곳이 허다하다.
또 발행량이 무제한인 코인이 많다. 보통은 공급량이 정해지고 사업 성과와 희소성에 따라 코인의 가치가 형성되는데, 발행량이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코인의 가격을 측정하기 어려우며 특정 투기세력에 의해 언제든 급등과 급락에 노출될 수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좋아지면서 새로 출시된 밈코인도 늘고 있다"며 "다행히 국내거래소에는 도지, 시바이누, 페페 등 일부 유명 밈코인만 상장돼 있지만, 그래도 밈코인의 특성상 급격한 시세변동에 노출될 수 있으니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