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량·유통량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해킹 등 보안사고가 발생한 코인은 가상자산거래소에서 퇴출된다. 국내 거래소들이 상장과 관련해 최소한으로 지켜야하는 자율규제가 나왔지만 세부사항은 거래소 자율에 맡기는 등 한계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자산거래소협의체(닥사·DAXA)는 가상자산 심사 자율규제안을 2일 공개했다. 이번 안은 오는 19일부터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모두에 적용된다.
먼저 코인재단이 발행량과 유통량 계획, 사업계획 등 주요사항을 공시하지 않거나 임의로 변경 땐 상장폐지 된다. 또 원인불명 해킹 사고가 발생하거나 가상자산거래소와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코인도 상장할 수 없다.
거래소는 이러한 심사를 위해 독립적인 심의·의결 기구를 설치해야 하며 상장 등 주요 의사결정 회의는 15년간 보존하도록 했다. 상장 담당자는 거래지원 대가 수취, 이해관계자와 사적 접촉 등이 금지된다.
상장 대가로 거래소는 일체의 금품을 수수할 수 없다. 다만 필수 비용 등은 수취 가능하나 구체적인 기준과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했다.
닥사 측은 "거래소들이 준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심사 기준을 제시했다"며 "새로운 기준에 따른 재심사는 향후 6개월동안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으로 일시에 대량 상폐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세부사항은 거래소 자율…"미흡·불완전" 지적도
이번 심사 기준 발표로 그동안 국내에서 이슈가 됐던 유통량 문제와 해킹 등 불미스러운 이슈가 잦았던 코인들은 어느정도 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강제성과 구속력이 결여된 자율규제라는 점과 거래소 자율을 우선시한 애매모호한 규정이 다수 있어 이번 규제가 실효성을 거두고 이용자 보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례로 이번 규정은 발행량·유통량 관련 '정당한 사유없이 임의로 변경하는 행위를 여러 번 반복'해야 상장폐지 한다고 정했다. 유통량 등 주요사안은 한 번만 변경해도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데 '여러 번'이라는 애매한 규정을 둬 이용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 거래소가 코인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지만 정보의 진위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도록 했다. 거래소가 제공하는 공시 등 정보는 참고자료일 뿐 이용자가 스스로 정보를 조사하도록 규정했다.
또 거래소가 운영하는 '거래지원 심의·의결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만 규정해 기존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거래소들은 이미 대부분 자체 상장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위원회는 항상 있었지만 구성과 의사결정 과정이 비공개라 제대로 심사를 하는지, 세부심사 기준은 무엇인지 매번 의구심을 샀다. 이 과정에서 일부 거래소는 외부 위원은 이름만 걸어 놓고 경영진과 대주주가 상장과 상폐를 결정한다는 후문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으로 상장에 관한 공통 기준이 발표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거래소들이 이미 시행중인 상장 관련 정책과 별반 다를 바 없고 세부적으로 거래소 자율에 맡긴 게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금융감독원 등 당국이 관여했겠지만 거래소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자율규제다 보니 최소로 규정해 사안에 따라서는 문제가 생겨도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듯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