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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롯데, '유도탄' 항암제로 맞붙는다

  • 2024.07.17(수) 07:30

4분기 ADC 생산시설 나란히 준공
지리적 거점·의약품 개발여부 차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가 ADC(항체약물접합체)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에서 맞붙는다. 양사는 오는 4분기 ADC 전용 생산시설을 준공한다. 양측 모두 원스톱(통합) 서비스를 내건 가운데 지리적 거점, 의약품 개발여부 등의 차이가 향후 수주실적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인다.

ADC는 암세포에 결합하는 항체에 페이로드(세포독성약물)를 링커로 붙인 형태의 치료제다. 종양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방식이 마치 유도미사일과 같아 유도탄 항암제로 불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오는 4분기 중으로 ADC 전용 생산시설을 각각 한국과 미국에 준공할 예정이다.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내년 1분기 중으로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인증 절차를 마치고 의약품 생산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두 회사는 모두 ADC 생산 과정에서 교차오염 위험을 최소화한 싱글유즈(일회용) 리액터를 도입했다. 또 ADC 후보물질 개발부터 상업화 생산까지 한 번에 지원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양사는 에임드바이오, 카나프테라퓨틱스 등과 협력관계를 맺고 ADC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중이다.

이처럼 두 회사는 ADC 사업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지리적 거점 등에서 여전히 차이점이 존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ADC 생산시설은 인천 송도 바이오의약품 생산단지에 위치해 항체 등 ADC 개발에 필요한 원료의약품을 비교적 수월하게 조달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인 길리어드의 ADC 신약 '트로델비'에 쓰이는 항체를 인천 송도에서 위탁생산한 경험이 있다.

또 지난 2월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와 ADC 치료제를 개발하는 CDO(위탁개발) 계약을 맺는 등 국내 ADC 개발기업과 협력을 맺기에 유리한 지리적 이점도 있다. ADC는 비교적 최근 개발된 모달리티(약물이 약효를 내는 방법)로 CDO 수요가 높은 편이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지난 2월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한 국내 31개 바이오텍이 참여한 'K-바이오 동반성장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생산시설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위치해 글로벌 고객사와 접점이 넓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ADC는 일반 항체의약품보다 운송, 보관 등이 까다로워 고객사와 가까운 지리적 거점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ADC는 운송과정에서 접합부분이 떨어지는 등 불안정성이 큰 모달리티"라며 "미국에서 ADC를 생산하고 미국, 유럽 등에 직접 운송가능한 지리적 장점이 크다고 판단해 현재 ADC 시설을 미국에서 증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사의 또 다른 차이는 ADC 신약 개발 여부에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해 ADC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말 국내 ADC 전문기업인 인투셀과 ADC 신약후보물질 개발에 관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통상 CDMO 기업이 자체 의약품을 개발하면 고객사의 제품과 경쟁할 수 있는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고객사 입장에선 제품 개발이나 생산을 위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걱정도 하게 된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체 보안시스템을 적용해 고객사와 이해충돌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까지 100건 이상의 CDO 계약을 맺은 가운데 기술유출 문제를 빚은 적이 한 번도 없다. CDO 수주 건수도 매년 정체없이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같은 모달리티를 개발하고 있다는 이유로 고객과 이해관계 충돌이 생기지는 않는다"며 "양사 사업과 관련해서는 방화벽이 완벽하게 구축돼 있어 항체의약품에서도 아무런 문제 없이 사업을 진행해 왔다"고 했다.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2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인천 송도국제도시 바이오 캠퍼스 1공장 착공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롯데바이오로직스는 ADC를 비롯한 의약품 개발을 일제히 배제하고 위탁 업무에만 집중하는 이른바 '퓨어(순수) CDMO' 전략을 차별점으로 두고 있다.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해 ADC 사업을 소개한 자리에서 "퓨어 CDMO는 의약품 개발보다는 고객사가 의뢰한 의약품 개발과 생산에 집중해야 한다"며 "위탁개발계약을 맺을 때 고객사는 연구개발 기술정보를 CDMO사에 일부 공개해 기술유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두 회사의 ADC 사업전략이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양사는 중국의 생명공학기업을 제재하는 미국의 생물보안법의 반사이익을 함께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제재대상으로 직접 명시된 중국계 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진행 중인 CDMO 사업 중 ADC가 단클론항체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ADC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우시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제재는 두 회사에 분명한 기회요인"이라며 "특히 우시가 중심적으로 영위하는 CDO 사업에서 수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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