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가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ADC(항체약물접합체) 신약후보물질 'LCB14'가 기술이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LCB14는 최근 경쟁약을 뛰어넘는 약효를 나타내며 글로벌 빅파마(거대 제약사)와 서브라이선스 딜(제3자 기술거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최근 LCB14의 임상 1상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임상에서 LCB14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공동 개발한 경쟁약 '엔허투'와 비교해 안전성 측면에서 우수한 모습을 보였다. LCB14는 고형암 세포에서 주로 발현하는 단백질(HER2)에 페이로드(세포독성물질)를 전달하는 원리의 ADC 치료제다.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LCB14는 투약 후 3등급 이상의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비율이 34.0%로 나타났다. 이는 엔허투가 임상 1상 시험에서 기록한 3등급 이상 부작용 발생비율(57.1%)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임상시험 중 발생하는 부작용은 경중에 따라 1등급~5등급으로 나뉜다.
LCB14는 치료효과 측면에서 엔허투와 비교해 뒤처지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임상에서 LCB14를 투여한 후 종양이 일정 부분 이상 사라진 환자비율(객관적반응률)은 53.7%로 엔허투(60.9%)를 소폭 밑돌았다. 치료 후 암이 진행되지 않고 환자가 생존한 기간(무진행생존기간) 등을 나타낸 지표에서도 두 약물은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
이처럼 LCB14가 임상에서 연간 매출액 3조원(2023년 기준)을 거둔 경쟁약에 견줄만한 약효를 나타내며 시장에서는 기술이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익수다테라퓨틱스에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LCB14의 글로벌 권리를 이미 이전해, 익수다테라퓨틱스가 글로벌 빅파마에 이 약물을 다시 이전하는 구조의 거래를 노려볼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서브라이선스 거래를 꼽을 수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국내 신약개발사인 오스코텍으로부터 렉라자 후보물질을 도입해 3년 뒤 글로벌 빅파마인 존슨앤드존슨 이노베이티브 메디슨(옛 얀센)에 이를 이전한 바 있다.
LCB14를 도입할 유력 후보로는 스위스계 제약사인 로슈가 꼽힌다. 로슈는 현재 HER2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 ADC 치료제 '캐싸일라'를 갖고 있지만 효능과 안전성 등에서 엔허투에 밀려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울러 엔허투의 폭발적인 성장에 '허셉틴', '퍼제타' 등의 제품으로 점하던 유방암 시장 선두자리를 뺏길 위기에 처했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로슈는 기존 에셋(약물)을 병용투여해 엔허투를 방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외부에서 새로운 HER2를 타깃으로 하는 ADC를 서둘러 도입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만약 로슈를 대상으로 서브라이선스 거래가 이뤄지면 리가켐바이오는 익수다테라퓨틱스와 맺은 계약조건에 따라 추가적인 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또 리가켐바이오는 LCB14의 한국 개발과 판매권리를 아직 보유하고 있어 이를 다른 제약사에 이전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리가켐바이오는 이미 글로벌 빅파마에 자사의 기술로 개발한 ADC 파이프라인을 이전한 경험이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해 12월 비소세포폐암 후보물질 'LCB84'를 존슨앤드존슨에 역대 최대 규모인 17억달러(2조2600억원)에 기술 수출했다. 존슨앤드존슨은 유방암 치료시장에서 입지를 위협받는 로슈처럼 당시 아스트라제네카에 맞서 비소세포폐암 치료시장을 장악할 에셋을 물색하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