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가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 개발한 RSV(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 예방 항체주사가 출시 1년여 만에 블록버스터(연 매출액 10억달러 이상) 의약품에 등극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백신업체의 개발동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사노피의 RSV 예방 항체주사 '베이포투스'는 올해 3분기 누적 글로벌 매출액 8억4500만유로(1조2609억원)를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증가율은 516%에 달한다.
겨울철 RSV 유행에 대비해 접종자가 늘며 4분기에도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노피는 베이포투스의 올해 연간 매출 목표액을 15억유로(2조2200억원)로 잡았다.
그동안 60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개발한 RSV 백신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RSV 백신 '아렉스비'의 3분기 누적 판매액은 4억3200만유로(6400억원)로 전년대비 37% 감소했다. 모더나의 mRNA(메신저리보핵산) 기반의 RSV 백신 '엠레스비아'의 3분기 매출액은 1000만달러(140억원)로 시장 기대치(1억3500만달러)를 큰 폭 밑돌았다.
RSV 감염위험이 높지만 그동안 예방 방법이 제한적이었던 영유아를 타깃으로 설정한 것이 베이포투스의 성공 비결로 꼽힌다. 베이포투스는 지난해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생후 24개월 이하 영유아의 RSV 감염 예방목적으로 허가를 받았다.
베이포투스가 출시되기 전까지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시나지스'가 영유아의 RSV 예방주사로 쓰였다. 하지만 시나지스는 선천적 심장병 등을 앓고 있는 고위험군 영유아에게만 쓸 수 있도록 허가돼 사용이 제한적이었다.
베이포투스가 영유아 RSV 예방치료제 시장을 새롭게 연 가운데 국내에서는 아직 영유아 예방 항체주사나 백신을 개발 중인 곳이 없다. 대부분 성인이나, 고령층 대상 백신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시장을 확대할 기회가 닫혀있는 것은 아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국내에서 18세에서 80세 성인을 대상으로 자체 개발 중인 RSV 백신의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만약 이 백신이 성인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으면 임산부 접종을 통해 영유아 시장에 간접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
실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임산부에게 화이자의 성인용 RSV 백신 '아브리스보'를 맞아 아기에게 예방효과를 전달하는 방법을 권고하고 있다. 아브리스보는 18세에서 59세 성인을 대상으로 사용 허가를 받았는데 아렉스비, 엠레스비아와 달리 최근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내고 있다.
아브리스보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5억500만달러(7100억원)로 전년대비 48% 상승했다. 아브리스보는 아렉스비와 같이 지난해 5월 FDA 허가를 받았다.
최근 모더나가 고령층을 대상으로 개발한 mRNA 기반의 RSV 백신 엠레스비아의 치료대상을 소아, 청소년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소식이다.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에스티팜이 mRNA 기반의 RSV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데 향후 모더나의 연구결과를 따라 치료대상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백신업체 한 관계자는 "RSV 예방접종이 가장 필요한 연령대가 영유아인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백신을 개발하면서 영유아 예방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