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가 메가존으로 최대주주 변경을 앞두고 고파이(GoFi) 채권단과 갈등을 빚고 있다. 고팍스는 부채로 남은 고파이 미지급금을 줄이기 위해 가상자산 가격을 낮춘 안을 내놓았으나 채권단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비트코인 2800만원 고정 제안…채권단 '반발'
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는 이날 고파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진행경과 보고·채권 지급계획에 대한 주요사항 안내를 위한 2차 온라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30일 1차 간담회를 연 지 닷새 만이다.
스트리미는 고파이 미지급금을 지급하기에는 회사가 보유한 자금이 부족하다며, 제네시스의 미국 파산신청일인 지난 2023년 1월 20일 기준으로 고정할 것을 제안했다.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고팍스 채무는 약 894억원, 바이낸스 관련 채무는 449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채권자들은 가상자산의 시세가 현 시세와 맞지 않다며 동의하지 않고 있다. 2023년 1월20일 기준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은 각각 2807만원, 206만원이다. 현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각각 8240만원, 32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는 만큼 시세 차이가 크다. 스트리미는 지난해 말에도 채권단에 잔여 채권액을 스트리미 주식으로 출자전환할 것을 요청했다가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한 고파이 투자자는 "비트코인 가격 5800만원으로 고정하자고 제안했을 때도 거절했는데, 2800만원이 말이 되느냐"면서 "벌써 2년을 기다렸는데 법치국가에서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건가"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바이낸스도 손해 본 제안…유일한 방법"
메가존은 바이낸스로부터 스트리미의 지분을 매입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스트리미의 가상자산사업자 갱신 신청 기한은 오는 24일까지다. 금융당국이 바이낸스가 보유한 스트리미 지분율을 10% 이하로 낮출 것을 요구한 만큼, 최대주주가 바뀌어야 올해 12월19일 가상자산사업자 갱신을 마칠 수 있다.
앞서 스트리미는 지난달 13일 금융당국에 신고를 위한 사전자료를 제출한 바 있다. 스트리미의 최대주주가 메가존으로 바뀌지 않을 경우,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사업자 갱신신고를 통과시켜 줄 가능성은 낮다. 더 나은 조건의 투자자도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메가존은 고팍스에 약 500억~600억원의 투자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낸스도 동일한 조건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상당한 손해를 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조율된 형태로라도 돈을 돌려받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고, 온전하게 원리금으로 돌려받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