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챗GPT로 대표되는 대화형 인공지능(AI)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기존 검색 엔진 시장을 위협하는 모양새다. 이들 대화형 AI는 이미 성능 면에서 검색 엔진을 뛰어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애플의 에디 큐 인터넷 소프트웨어·서비스 부문 수석부사장은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구글의 온라인 검색 시장 반독점 재판에 나와 "지난달 사파리(Safari) 검색량이 처음으로 줄었다"며 "사람들이 AI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픈AI, 퍼플렉시티 등 AI 검색이 구글의 검색 엔진을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파리는 애플 아이폰에 탑재된 웹 브라우저로 구글이 기본 검색 엔진이다. 사파리에서 검색어를 입력하면 구글 검색 엔진이 가동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챗GPT 같은 대화형 AI가 최근 검색 시장의 대세로 떠오르면서 구글 검색은 실제 수치상으로도 줄어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전 세계 검색 시장에서 구글 점유율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90% 밑으로 떨어졌다. 구글은 이후 7개월째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한 정보 검색을 넘어서 대화형 상호작용을 지원하는 대화형 AI의 강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전통 검색 엔진에서는 키워드 몇 개로 얻은 수많은 결과 중에서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직접 찾아야 한다. 대화형 AI는 다르다. 자연어로 질문을 이해하고 맥락에 맞는 답변을 한 번에 제공한다.
후속 질문 리스트를 제시해 더욱 정확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가령 올해 여름 날씨를 예상해달라고 요청하면 엘니뇨와 라니냐가 여름 날씨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까지 질문으로 제안하는 식이다.
특히 검색 엔진이 같은 키워드에 대해 누구에게나 같은 결과를 보여주는 것과 달리, 대화형 AI는 과거 검색 기록 등을 바탕으로 이용자의 상황과 필요에 맞춘 개인화된 정보를 제공한다. 이는 검색 효율성은 물론 이용자 만족도를 크게 높이는 요인이다.
이처럼 검색 시장 재편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애플 큐 부사장 발언 이튿날인 지난 8일 한국거래소에서 각각 5.22%, 3.52% 급락했다. 이 같은 하락세는 이후로도 이어지며 전 거래일인 지난 13일에도 네이버와 카카오 각각 1.05%, 1.44% 하락했다. 두 회사 매출에서 검색 광고 비중이 큰 편인 만큼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매출의 37%가 검색 광고에서 나왔다. 자체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의 수익화 시점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카카오는 AI 기반 대화형 서비스 '카나나'를 이제 막 출시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검색 패러다임이 변하면 웹사이트 트래픽 뿐만 아니라 검색 광고, 온라인 유통 구조까지도 재편될 수 있다"며 "기존 검색 엔진 기업들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