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K이노엔이 아토피 피부염, 건선 등 자가면역질환 분야에서 블록버스터(매출액 100억원 이상) 신약인 '케이캡'의 성공을 이을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제형(약물이 체내에 전달되는 방식)과 작용원리를 차별화한 신약으로 시장 주도권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케이캡은 2019년 국내에 출시된 위식도 역류질환 신약으로 지난해 연매출 1688억원을 기록한 HK이노엔의 매출 1위 품목이다. 하지만 특허만료 시점이 다가오고 경쟁약 출시가 이어지며 후속 파이프라인 확보가 HK이노엔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첫' 바르는 아토피약 개발
HK이노엔의 자가면역질환 파이프라인 중 가장 개발이 앞선 것은 아토피 피부염 치료후보물질인 'IN-115314'다. 이 약물은 우리 몸에서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야누스 키나제(JAK) 신호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현재 국내서 임상 2상 단계에 있다.
이 약물은 임상 1상에서 경쟁약보다 우수한 아토피 피부염 치료 효과를 나타냈다. 특히 바르는 연고 제형으로 복용 편의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는 '옵젤루라', '코렉팀' 등 JAK 억제제 기반의 바르는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가 허가를 받아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먹는 경구용 JAK 억제제만 허가된 상태다. HK이노엔에게 여전히 시장기회가 열려있는 것이다.
바르는 제형 치료제는 기존 경구제보다 우수한 복용 편의성으로 해외에서 이미 시장성을 입증했다. 지난 2021년 미국에서 허가된 인사이트의 옵젤루라는 지난해 5억달러(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약 50% 증가한 규모다.
차세대 신약개발 착수
JAK 억제제는 뛰어난 약효와 복용 편의성을 갖추고 있지만 현재 아토피 피부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제품은 이와 다른 원리의 인터루킨(IL) 억제제다. 인터루킨은 JAK와 마찬가지로 우리 몸에서 과도한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인자다. 대표적인 IL 억제제로는 사노피의 '듀피젠트'가 있다.
듀피젠트는 저분자 화합물인 JAK 억제제와 달리 생물의약품(항체의약품)으로 피하주사제로 투여된다. 복용편의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의미다. 일부 임상에서는 '린버그' 등 JAK 억제제보다 약효가 더 낮게 나타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JAK 억제제가 시장에서 듀피젠트에 밀린 이유는 JAK 억제제의 치명적인 부작용 위험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지난 2021년 JAK 억제제의 임상 결과를 검토했고 이 약물이 심근경색, 암 등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후 FDA는 린버그, 옵젤루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쓰이는 모든 JAK 억제제에 최고 단계의 경고문인 블랙라벨 부착을 의무화했다.
이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JAK 억제제의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복용 편의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저분자 기반의 차세대 자가면역 신약 발굴에 나서고 있다.
현재 대안으로 주목받는 약물은 TYK(티로신 키나제)2 억제제다. 대표적인 약물은 2022년 미국에서 허가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소틱투'다. 임상에서 소틱투는 JAK 억제제에서 보고된 전신 부작용 없이 우수한 효능을 나타냈다.
이같은 흐름에 발맞춰 HK이노엔도 TYK2 억제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HK이노엔은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피부연구학회에서 TYK2 억제제 기반의 자가면역질환 후보물질 'IN-121803'을 처음 공개했다. 이 약물은 전임상에서 베스트인클래스(계열 내 최고 약물) 가능성을 보였다.
HK이노엔은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또 다른 표적인 FPR2(포밀린 펩타이드 수용체2)를 겨냥한 신약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노바셀테크놀로지로부터 도입한 약물이다. 노바셀테크놀로지는 임상에서 바르는 제형의 FPR2 약물이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효과적인 것을 확인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JAK-1 억제제 계열 아토피 피부염치료 신약 IN-115314는 사람용으로는 임상2상 진행 중이며 동물용으로는 임상3상 중이다. 해당 시장에서 대표 약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며 "신약 케이캡의 성공신화 발판 삼아 자가면역질환 시장에서도 또 다른 신약 성공 스토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