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가을이 왔다. 올 가을은 건설사들이 오랜만에 수확의 기쁨을 노래할 것 같다. 건설사들은 금융위기 이후 미분양 쇼크에서 시작해 해외 플랜트 실적악화 쇼크에, 담합 과징금 쇼크까지 소나기 펀치를 맞았다. ‘매에는 장사 없다’고 비교적 튼튼했던 그룹계열 건설사마저도 골병이 들었다.
#최경환 경제팀이 중병이 든 건설사를 살리기 위해 주치의를 자처하고 나섰다. 처방전은 부양책이다. 대출을 막아왔던 금융규제(LTV·DTI)를 풀고 투자환경(재건축 허용연한 완화·청약제도 개편·신도시 개발 중단)도 유연하게도 바꿨다. 자금 여력이 충분한 유주택자를 불쏘시개 삼아 시장을 살리겠다는 전략이다.
#당장 분양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견본주택마다 몰려드는 방문객으로 북새통이다. 대다수 단지는 순위 내에서 입주자를 채우고 있다. 내년부터 1순위 가입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쟁률이 높아지기 전에 분양 받으려는 수요자가 몰린 덕택이다. 택지지구는 신도시 지정 중단에 따른 반사효과도 작용하고 있다.
#미분양도 큰 폭으로 줄었다. 8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국토부)은 4만4784가구로 7월 5만1367가구 대비 12.8% 감소했다. 수도권은 전달 대비 13.7% 줄어든 2만3214가구다. 지난 5월부터 3개월 연속 증가(5월 4만9026가구→6월 5만257가구→7월 5만1356가구)하다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기존 주택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서울부동산정보광장)은 총 7974건으로 3개월 연속 증가했다. 9월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2009년 9월 9153건 이후 최고치로, 최근 4년(2010∼2013년)간 평균 거래량 3477건에 비해 2배 넘게 늘었다.
#거래량이 늘면서 가격도 오름세다. 지난 한 달간 서울 아파트 값(부동산114)은 0.4% 올랐다. 올해 들어 월별 상승률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재건축 허용연한 단축의 수혜 지역인 양천구와 노원구는 각각 1.15%, 0.63% 상승했다. 강남(0.67%)·서초(0.58%)·송파(0.45%) 등 강남3구 역시 평균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집값이 오르고 분양시장이 살아나자 건설사들이 일제히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분양가 문제로 미적거려온 재개발·재건축 물량을 털어내는데 힘을 쏟고 있으며 중견업체들은 택지지구 물량을 공격적으로 내놓고 있다. 문제는 호경기를 틈타 건설사와 시행사(조합)들이 분양가를 야금야금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단지(신반포 아크로리버파크) 같은 지구(위례 자이)에서조차 평당 50만원 이상 올랐다.
#‘볕 좋을 때 내 빨래만 말리자’는 탐욕이 발동하고 있는 것이다. 2005년~2006년 호황기 때 나타난 고분양가 문제는 결국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귀결됐다. 최경환 경제팀은 마지막 겨울옷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지목하고 폐지를 추진 중인데 자칫 고분양가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모처럼 살아난 주택경기 전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찾아오는 겨울은 더 길고 추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