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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3·4세 시즌2]⑦JW중외제약, 정공법 택한 승계

  • 2018.10.15(월) 10:58

주요 제약사 중 안정적이고 잡음없는 3세 승계
지주회사 전환하며 이경하 회장 지분 수직상승
최근 이 회장 장남 4세 이기환 지분율 확대과정

JW중외제약은 주요 제약사 가운데 동아제약(동아쏘시오홀딩스)과 함께 3세의 지분과 직위 승계가 가장 안정적으로 이뤄졌다.

3세 승계 과정에서 부모·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있었던 동아제약과 달리 사전 계열분리와 함께 잡음도 없었다. 비상장회사나 공익법인을 통한 우회로를 택하기보단 장내매수와 지주회사 전환으로 승계를 완성했다.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 중외제약 창업부터 3세까지


JW중외제약은 일본 주가이제약(中外製藥) 경성지점이 모태다. 해방 직전 일본이 남기고 떠난 주가이제약 경성지점을 한국인들이 인수해 조선중외제약소로 이름을 바꿨다. 지금의 중외제약 창업자 일가와 인연이 닿은 것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휴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이다.

당시 조선중외제약소 임용식 사장은 회사가 도산위기에 처하자 자신과 동향(경기 김포)인 이기석 씨에게 투자를 제의했다. 이 씨는 자본을 납입하며 정식 법인을 설립해 이름을 대한중외제약으로 바꿔 오늘날 중외제약의 실질적인 창업자로 자리매김했다. 

중외제약은 창업 초기부터 먹는 약이 아닌 혈관으로 약품을 투입하는 주사제에 전념했다. 그 결과 1959년 '5%포도당' 국산화에 성공했고 이후에도 각종 수액제품을 개발하며 수액전문업체로 성장했다.

이기석 창업자가 타계한 1975년 2세 이종호 사장이 취임했다. 그는 이듬해 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1982년 중외제약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중외제약은 2006년 16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Non-PVC 수액제 전용공장을 준공,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마련한 데 이어 2007년 회사를 분할해 지주회사 중외홀딩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2001년 이름을 '중외' 대신 'JW'로 변경했다.

창사 70주년인 2015년 2세 이종호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고, 그의 장남 이경하 대표이사 부회장이 회장직에 오르며 3세 경영을 시작했다. 이경하 회장은 현재 지주회사 JW홀딩스 지분 27.72%(1753만3452주)를 보유한 1대 주주다. 3세 경영자로서 직위와 지분 승계를 모두 마무리했다.

# 비상장회사·공익법인 없이 승계 완성

이경하 회장은 성균관대 약대를 졸업하고, 1986년 중외제약에 입사해 2001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는데 선임 당시 지분율은 1%에 불과했다.

이후 장내매수를 통해 매년 꾸준히 지분을 늘려 10%까지 확보했다. 장내매수는 다른 주주들과 같은 시장 가격으로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이 회장의 지분율은 2007년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수직 상승했다. 자회사 중외제약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26%까지 끌어올리며 명실상부 1대 주주에 올랐고 이후에도 추가 장내매수로 주식을 사들여 현재 지분율인 27.72%에 도달했다.

이 회장이 현재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베일에 가려진 비상장회사를 동원하거나 공익법인을 통한 편법 증여 논란은 없었다.

눈에 띄는 점은 무상증자다. JW홀딩스는 지주회사로 전환하던 2007년부터 작년까지 11년 연속 무상증자를 실시했다. 연말에 무상증자를 결정하고 이듬해 주주들에게 무상으로 신주를 나눠주는 형식이다. JW홀딩스의 무상증자는 주식배당과 같은 개념인 셈이다.

다만 주식배당은 배당소득세를 내야 하는 반면 자본잉여금을 재원으로 하는 무상증자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회사 입장에선 유보자금을 지출하지 않아도 되고, 주주들의 경우 지분율 변화는 없지만 주식 수가 불어나는 만큼 주가가 꾸준히 오르면 자산 증식 효과가 있다.

무상증자는 모든 주주를 대상으로 정해진 비율만큼 신주를 나눠주는 방식이어서 최대주주의 지배력 유지 수단으로 보긴 어렵지만 신주를 가장 많이 배정받은 사람은 당연히 최대주주다. JW홀딩스가 무상증자 정책을 도입한 시점은 2007년 지주회사 전환 이후 이경하 회장이 독보적인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이후부터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 공익법인도 지분 승계와 거리 멀어

이경하 회장이 20% 후반대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부친 이종호 명예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주식은 미미하다. 이 회장이 사장에 선임되기 직전인 1999년과 2000년 각 2만 주씩 총 4만 주(당시 지분율 기준 0.7% 수준)를 물려받은 게 전부다.

대신 부친 이종호 명예회장의 지분은 중외학술복지재단을 만드는 데 주로 쓰였다. 이 명예회장은 2011년 8월 재단을 만들었고, 2012년과 2013년에도 주식을 추가 출연했다.

특히 지분 10%까지 증여세를 면제받는 성실공익법인으로 지정된 2013년엔 JW홀딩스 지분 391만주(당시 지분율 기준 7.6%)를 한꺼번에 증여했다.

중외학술복지재단은 현재 JW홀딩스 지분 7.46%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 제약사 공익법인 가운데 대웅재단(대웅홀딩스 지분 9.98% 보유), 목암생명과학연구소(녹십자홀딩스 지분 9.79% 보유)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계열사 지분율이다.

다만 중외학술복지재단은 대웅제약이나 녹십자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대웅과 녹십자는 각각 윤재승 회장과 허은철 사장의 개인 지분율이 한 자릿수로 낮은 상황에서 지배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한 성격이 강하다. 자신들이 직접 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반면 중외학술복지재단은 이경하 회장이 20% 후반대의 확고한 1대 주주 지위를 확보한 이후에도 4년이 더 지나서 만들어졌고 이 회장은 재단 이사 명단에 들어가 있지도 않다. 따라서 중외학술복지재단의 존재는 합법적 범위 내에서 증여세를 줄여준 역할을 하긴 했지만 지분승계의 핵심으로 볼 수는 없다.

# 대학생 4세 지분 확대 눈길

최근 JW중외제약 승계 구도상 눈에 띄는 흐름은 4세들의 등장이다.

지주회사 JW홀딩스 주주에 등장하는 4세는 9명에 달한다. 2011년 조부 이종호 명예회장이 이들에게 각각 3만 주(당시 지분율 0.06%)씩 증여했고 이후 개별적인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추가했다. 

이 가운데 3세 경영자 이경하 회장의 자녀는 기환(2.5%) 성은(0.15%) 민경(0.15%) 등 모두 3명이다. 20대 초반인 이들은 아직 계열사에 몸담고 있지는 않다.

4세 가운데 장남 이기환 씨의 지분율이 더 높은 이유는 2009년 시간외매매로 조부 이종호 명예회장의 지분 20만 주(당시 지분율 2.24%)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기환 씨는 또 2015년 JW홀딩스가 자회사인 JW생명과학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실시한 287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 발행 당시 이종호 명예회장, 이경하 회장과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1년 후 권리를 행사해 10만 주를 추가로 확보했다.

기환 씨가 조부의 지분 매입과 함께 전환사채 매입에도 참여했다는 사실은 그가 앞으로 나타날 JW중외제약 4세 승계의 중심에 있다는 걸 의미한다. 기환 씨는 현재 대학 재학 중이며, 부친인 이경하 회장처럼 졸업 후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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