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평가 10위권내 상장 건설사들이 올해 1분기 실적을 모두 공개했다. 작년 해외사업 대규모 손실과 회계감리기준 강화 등을 배경으로 대규모 손실을 내놓은 뒤 '첫 성적표'다.
원가를 맞추지 못해 손실이 발생한 해외사업장, 20~30% 할인해야 겨우 팔리는 고질적 미분양 등 어지간한 곪은 상처들이 이미 터뜨려졌다. 그런 만큼 이번 실적부터가 향후 경쟁력을 가늠할 척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 영업익 현대건설, 매출 삼성물산 '수위'
올 1분기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거둔 건설사는 시공능력평가 1위 현대건설이었다. 현대건설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을 1877억원으로 작년보다 5% 늘리며 수위를 지켰다. 다수 건설사들이 '어닝 쇼크'를 터뜨린 작년에도 현대건설은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다.
다만 지난 분기에는 매출 확대에 비해 이익 확대폭이 작았다. 이 회사 1분기 매출은 작년보다 15% 늘어난 3조2906억원이었다. 이는 매출원가율이 91.1%로 높아지고(전년동기 90.5%), 판매관리비가 1055억원으로 14.4% 늘어난 때문이었다.
이 회사 신규수주는 이라크 카르발라(Karbala) 정유공장, 칠레 차카오(Chacao) 교량 공사 등 3조6017억원을 기록했다. 수주는 작년보다 16.8% 줄어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현대건설의 수주는 86.5%가 해외에서 이뤄졌다.
1분기 매출이 가장 많은 건설사는 3조3565억원을 기록한 시평 2위 삼성물산(건설부문)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6%나 매출이 커졌다. 특히 전년동기 대비 129.2% 늘어난 토목분야 매출 신장이 두드러졌다. 영업이익도 110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0.2% 증가했다.
작년 1분기 수주한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 건이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된 영향이 컸다. 하지만 로이힐 수주(6조3494억원)의 기저효과로 지난 분기 신규수주는 전년동기 대비 73.1% 줄었다.
◇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수주로 실적 만회 '총력'
신규수주에서는 작년 해외발 쇼크를 겪었던 회사들이 두드러진 성과를 거뒀다. 시평 6위 GS건설이 5조420억원, 11위 삼성엔지니어링이 4조9830억원을 기록했다. 두 건설사 모두 화공플랜트에 강점을 갖고 중동을 텃밭 삼아 활약해온 회사다.
작년 1분기 중동 주력현장의 사업 악화로 GS건설 5612억원, 삼성엔지니어링 2198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고 그 탓에 수주활동도 위축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 1분기 수주는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GS건설은 9배, 삼성엔지니어링은 2배가 넘는다.
다만 두 회사는 아직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분기에도 1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작년 4분기 흑자전환 이후 이를 유지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영업이익률이 1.4% 그칠 정도로 저조했다.
쇼크 뒤 실적 만회를 위해 빠르게 새 일감을 쌓아가고 있는 건설사가 있는 반면 대림산업은 아직 수주에 애를 먹고 있다.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 프로젝트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는 '보수적 수주 기조' 영향도 있지만 자칫 매출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림산업의 1분기 신규수주는 6072억원으로 작년 7806억원보다도 22.2% 줄었다. 이는 쿠웨이트 대형 프로젝트 수주 실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수주 수위권 건설사의 6분의 1에도 못미치는 규모로 올 한 해 목표(9조5000억원)의 6.4%에 그친다. 분기 매출 역시 1조3887억원으로 작년보다 22.9% 줄었고 영업이익은 115억원으로 겨우 흑자를 지켰다.
◇ 대림산업 수주부진..대우건설 주택 '올인'
대우건설은 금감원의 회계감리 속에서 작년 4분기 최악의 실적을 던져놓은 뒤 올 1분기에는 양호한 성적표를 선보였다. 1분기 영업이익(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1195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소폭 늘었고 영업이익률도 5.8%로 전년동기 대비 0.4%포인트 올랐다. 순이익은 63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20.3% 증가했다.
사업부별로 따져보면 주택과 건축 등 기존 강점을 지녀온 분야에서 사업성 개선이 나타났다. 주택과 건축 부문에서 각각 47.9%, 12.6%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주택의 매출 비중은 전년동기 20.4%에서 지난 분기 29.6%까지 높아졌다.
다만 해외 부문 매출은 일부 현장의 착공이 지연되며 작년보다 1640억원(19.2%) 감소한 6895억원에 그쳤다. 수주는 2조7484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해외 프로젝트가 46.3%로 비중이 가장 높았고 주택(39.6%)이 뒤를 이었다.
국내 주택중심의 사업을 벌여온 현대산업개발도 3분기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191억원으로 전년동기(292억원)에 비해서는 줄어든 것이지만 지난 2개 분기동안 이어진 적자에서는 벗어났다.
회사 측은 작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 올 들어 미분양이 빠르게 소진되고 신규 분양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올 초 인도 뭄바이 지역 아파트 공사를 수주하며 23년만에 해외 사업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