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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별곡]①'46년새 500배'…마법일까

  • 2017.10.01(일) 15:06

'10조' 거물 된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2012년이후 가격 급등..너도나도 '올인'

추석 연휴 직전까지 주택시장을 관심의 가운데에 놓이게 한 것은 '강남 재건축'이었다. 천정을 모르고 뛰는 낡은 아파트 가격, 새로 나올 때마다 종전 기록을 경신하는 분양가, 정부가 몰아세운 다주택자들의 투기성 수요,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피터지는 경쟁이 모두 재건축에서 비롯됐다. 8.2 부동산 대책 등으로 재건축 규제가 강화됐고, 내년부터는 초과이익환수제도 시행되지만 앞으로 강남 재건축 시장이 쉽게 꺾일 것으로 보는 이들은 드물다. 주택시장의 핵 강남 재건축을 다방면으로 들여다 본다.[편집자]

 

여기 지은 지 43년 된 낡은 아파트 한 채가 있다. 지금은 그다지 볼품 없지만 공급면적 140.33㎡(42평형), 방 5개짜리 꽤 고급아파트였다. 한강변 반포에 있는 이 주공아파트는 재건축 후 다시 그만한 면적의 아파트와 전용 59㎡ 아파트, 새 집 두 채로 바뀐다. 품고 있는 대지지분이 132㎡(40평)이나 되고, 용적률이 그 대지면적의 3배 만큼을 지을 수 있도록 '최대 300%'로 잡혀있어서다.

 

헌 저층 아파트 한 채를 내주면 새로 짓는 공사비를 전혀 들이지 않아도 고층 아파트로 새 집 두 채로 돌아오는 이 마법같은 일의 이름은 바로 '반포주공 1단지(1·2·4주구) 재건축 사업'이다. 얼마전 현대건설이 GS건설과의 피 터지는 경쟁을 뚫고 재건축 시공사업권을 따낸 현장이기도 하다. 조합원에게는 '대박'이, 건설사에게는 결코 내줄 수 없는 사업장이 된 '강남 재건축'의 정체는 뭘까.

   

  

◇ 막판 5년 사이 16억 '점프'

 

반포주공1단지 140.33㎡는 지난 8월2일 역대 최고가인 35억5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3.3㎡당 가격으로 8452만원. 8.2 대책 효력이 발생하기 전, 이 아파트 재건축을 통해 정상적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는 막차 거래였다. 지난 1971년, 이 아파트 분양 당시 가격은 가장 높은 게 775만원(3층), 가장 싼 5층은 672만원, 1층은 709만원이었다. 마지막 거래 가격은 최초 분양가보다 무려 500배가 뛴 것이다.

 

그 사이 물가는 20여배, 서울 땅값은 60여배 뛰었다. 소득은 그보다 훨씬 많이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는 1971년 당시 11만원에서 올해 3300만원(추정, 2016년 3198만원)으로 300배 늘었다. 하지만 이보다도 재건축 가격 상승폭은 더 가파르다. 이유는 '재건축'이라서다. 용적률 상승으로 가치가 높아진 토지에 아파트라는 반영구적 주거상품을 지으면서 생기는 기대감이 가격 상승의 원동력이다.

 

이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뛴 것은 최근 4~5년 사이다. 실거래가신고제가 도입된 2006년 이후 실제 거래사례(연간 최고가)들을 짚어 보면  2013년 20억원을 조금 넘겨 거래된 것이 이듬해 24억5000만원으로 20% 가까이 뛰면서 불이 붙었다. 연간 변동률로 보면 2012년까지 6년간은 연 평균 -0.8%의 정체기였다. 그러나 2012년부터 현재까지 5년 동안은 총 86.8%, 연 평균 17.4% 뛰었다.

 

재건축은 ▲구역 지정 ▲재건축추진위 구성 ▲안전진단 ▲조합설립 인가 ▲사업시행 인가 ▲관리처분 인가 ▲이주 ▲착공 순으로 진행된다. 반포주공 1·2·4주구 추진위원회 승인이 난 건 2011년 말, 조합설립인가가 난 것은 2013년이었다. 특히 2012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주택시장 부양으로 경기를 띄웠다. 이를 위해 참여정부때 강화했던 재건축 규제를 대대적으로 풀었다.

 

재건축에도 적용된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안전진단 연한 축소(40년→30년), 소형 및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 완화,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등이 이뤄지자 당초 재건축 시장에서 주목도가 덜했던 이 단지 사업성이 크게 부각됐다. 이 단지 곁에 있는 반포 주공3단지와 2단지가 각각 '반포자이',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로 바뀐건 이미 2008~2009년(일반분양)께다.

 

특히 재건축 사업때 해당 단지내 소유한 주택 수를 별도 제한없이 모두 인정해주고, 전용면적 범위 안에서 1가구의 주택을 2가구까지 신규주택으로 분양받을 수 있게된 것이 중대형이 많은 이 단지에 호재가 됐다. 필요 이상으로 큰 대형 아파트를 받아야 했던 조합원들이 '중형+중소형'으로 분양을 받을 수 있게 되자 20억원을 넘나드는 고가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투자 수요가 달라붙었다.

 

새로 지어진 재건축 아파트의 강세도 추진 단지에 투자 수요를 끌어모았다. 반포주공1단지 바로 옆에 들어앉은 신반포1차 재건축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 6월 23억6500만원에 거래됐다. 3.3㎡당 무려 7000만원꼴이다. 작년 8월 준공한 이 아파트는 일반분양가가 3.3㎡당 평균 5000만원 아래였다.

 

▲ 반포주공 1단지(옛 남서울아파트) 분양 광고 내 입주자 모집 개요(자료: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 건설사들은 왜?

   

건설사들은 왜 재건축 사업을 따내는 데 목숨을 걸었을까? 무엇보다 다른 분야에서 일감이 부족한 탓이 크다. 해외건설 일감은 3년 전부터 말라붙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2010년 716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는 2014년 660억달러를 기록한뒤, 재작년 461억달러, 작년 282억달러로 급감했다. 올해는 3분기말까지 207억달러에 그친다.

 

국내에서도 사회기반시설(SOC) 예산이 줄면서 도로·철도 등 공공공사 발주가 감소했다. 정부는 내년 SOC 예산을 올해보다 20% 줄어든 17조7000억원으로 책정했다. 5년 동안 SOC 예산을 연평균 7.5%씩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감안하면 정부 전체 SOC 예산은 2022년에 15조원을 하회할 전망이다.

 

주택사업이라고 아무 데서나 기대를 품을 수도 없다. 2014년 이후 대규모 공공택지 개발 중단으로 주택을 지을 땅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2013~2015년 공급물량이 많아 웬만한 지역은 미분양 우려에 대란 부담도 적지 않다. 그러나 강남 재건축은 상황이 다르다.

 

한 대형건설사 정비사업 관계자는 "강남 집값이 최근까지도 급상승한 것은 그만큼 희소성이 있고 공급 대비 수요가 풍부하다는 방증"이라며 "특히 재건축은 조합원 분양 물량이 60~80%이기 때문에 분양 부담이 적은 것도 상대적으로 사업 안정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포1단지의 경우 특히 한강변을 낀 입지적 장점에다, 압구정 잠실 등 향후 나올 대단지 재건축 사업의 교두보로서도 의미가 크다보니 대형 건설사 수주경쟁이 치열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너도나도 강남 재건축에 집중하다보니 제살깎기식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며 "이 시장도 점점 '레드 오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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