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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재건' 꿈꿨던 박삼구의 혹독했던 10년

  • 2019.03.28(목) 17:06

무리한 M&A로 2009년 그룹 구조조정 돌입
금호산업 인수 후 금호타이어 노렸지만 실패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악화에 회장직 사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구조조정을 거쳐 경영일선에 복귀한 지 10여년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룹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던 시절로 하면 17년 만이다.

박삼구 회장은 그룹 구조조정을 거쳐 금호산업 인수 후 금호타이어 등 주력 계열사를 되찾아 그룹을 재건하는 꿈을 꿨다. 하지만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건전성 악화가 발목을 잡았고, 결국 회장 자리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 과유불급, 혹독한 10년의 시작

2002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오른 박삼구 회장은 공격적으로 회사 규모를 키웠다. 2006년 대우건설을 6조4000억원에, 2008년에는 대한통운까지 4조1000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그룹 전체 재무구조는 악화됐다. 특히 금융위기가 결정타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결국 2009년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했다. 박삼구 회장의 혹독했던 10년이 시작되는 시기다.

그해 12월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을 비롯해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자율협약을 맺는다.

그룹을 경영 위기에 빠뜨린 책임으로 물러났던 박삼구 회장은 2010년 11월 그룹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 신분으로 경영에 복귀한다. 2013년 11월에는 금호산업 대표 자리를 맡았고, 2014년 10월 금호산업은 조건부로 워크아웃을 졸업한다.

이후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을 인수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 채권단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친 끝에 재계 도움을 받아 자금을 마련, 7228억원에 금호산업 인수에 성공한다. 이때가 2015년 말이다.

이후 약 1년 동안 남아있던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준비한 박삼구 회장은 2017년 1월, 금호타이어 인수를 천명한다. 박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외부인이 제시하는 조건대로 금호타이어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을 앞세워 금호타이어 인수를 자신했다.

하지만 1조원에 달하는 자금 마련이 문제였다. 이를 위해 컨소시엄 구성 등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무산됐고, 결국 그해 11월 금호타이어 인수 포기를 선언한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4월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로 매각됐다.

◇ '효자' 아시아나항공의 추락

이후에도 박삼구 회장의 가시밭길은 계속됐다. 그룹 재건(금호타이어 인수)의 꿈을 좇는 과정에서 이뤄진 무리한 시도가 문제를 일으킨 탓이다.

지난해 7월 벌어진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표면적으로는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납품하기로 한 업체 GGK가 영종도에 건설하던 공장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이유였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자금을 모으려던 박삼구 회장의 무리한 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인사이드 스토리]아시아나 기내식 대란…박삼구의 그림자

박삼구 회장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전면 부인했지만 결국 기내식 대란에 대해서는 사과해야 했다.

최근에는 아시아나항공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을 받았다. 회계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운용리스항공기의 정비의무와 관련한 충당부채▲마일리지이연수익의 인식 및 측정▲손상징후가 발생한 유무형자산의 회수 가능액 및 당기중 취득한 관계기업 주식의 공정가치 평가▲에어부산의 연결대상 포함 여부 및 연결재무정보 등과 관련해 충분하고 적합한 검사 증거를 입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영향으로 모기업인 금호산업마저 한정 감사의견을 받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는 튼실한 편이었다. 하지만 보유하고 있던 금호터미널 지분 전량을 금호기업에 매각했고, 금호터미널은 금호기업을 흡수합병했다.

이 영향으로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였던 금호터미널이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하게 된다. 금호터미널은 아시아나항공의 '알짜' 자회사로 평가받았고, 이 때문에 금호석유화학 등 아시아나항공 주요 주주들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피흡수된 금호기업은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세운 회사로 박 회장과 특수관계인(전략적 투자자 포함)이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역시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아시아나항공은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아시아나IDT와 에어부산 등을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자산을 매각하는 등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는 곧 감사의견 '한정'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후 재감사를 통해 적정 의견을 받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물론 금융권에서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결국 박삼구 회장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신뢰 회복을 위한 협조를 긴급하게 요청했다. 그리고 회장 자리를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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