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을 제출했다.
박삼구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을 전량 담보로 제공하고 3년 내에 재무구조개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또 향후 박 전 회장의 경영복귀는 없을 것이란 조건도 달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 같은 조건으로 유동성 해소 자금 5000억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9일 산은에 자구계획을 제출했다.
자구계획을 보면 박삼구 회장의 부인과 딸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고속 지분 4.8%(13만3900주)를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박 회장과 그의 장남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42.7%는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위해 이미 산업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는 상태다. 향후 이 담보가 해지될 경우 박 전 회장과 박 사장이 보유한 지분 42.7%도 추가로 담보로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를 위해 재무구조개선 약정서(MOU)를 맺고 3년간 이행여부를 평가받겠다는 입장이다.
재무구조개선 목표에 미달할 경우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에 착수할 수 있으며 박 회장과 금호산업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또 금호산업은 M&A를 진행할 경우 보유지분의 드래그어롱(Drag Along·동반매도권), 상표권 사용 등에 문제가 없도록 사전 조치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시장에 내놓을 경우 금호산업과 대주주일가가 지분을 모두 모아 팔겠다는 의미다.
향후 3년간 박 전 회장의 경영복귀는 없다고 못 박았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과거에도 박삼구 회장이 한번 퇴진했다가 경영일선에 복귀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또 그런 식으로 된다면 아마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한 것을 반영한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향후 3년간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이 진두지휘하지 않기로 했다"며 "경영정상회 뒤에 박 전 회장의 복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시장의 신뢰 회복"이라며 "박 전 회장의 복귀가 신뢰회복을 위해 필요한지는 회사가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등 그룹사 자산을 매각해 지원 자금 상환에 노력하기로 했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비수익 노선을 정리하고 인력 생산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금호 측이 제출한 자구계획 검토를 위해 채권단 회의를 개최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