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비즈人워치]'취미가 회사 혁신으로'…드론 띄우는 직원

  • 2019.06.28(금) 15:14

송근목 대우건설 기술연구원 스마트건설기술팀 과장
취미로 시작한 드론 기술 회사혁신의 발판으로
관제시스템 등 개발해 업무효율↑불필요한 비용↓

"새로운 세상에서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게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한 말을 깊이 공감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찾아 나서고 스펀지처럼 흡수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취미 생활로 즐기던 드론을 일터로 가져오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건설현장에 처음으로 드론을 띄웠을 때 그의 마음도 들떴다. 더 이상 전문가가 헬기를 타고 촬영한 사진이 출력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 3D, 열화상 등 다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했다. 회사도 가능성을 알아보고 드론팀을 꾸려주며 적극 지원에 나섰다.

'드론전문가' 송근목 대우건설 기술연구원 스마트건설기술팀(드론팀) 과장 얘기다.

송근목 대우건설 기술연구원 과장.
지난 25일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대우건설 기술연구원에서 만난 송근목 스마트건설기술팀(드론팀) 과장이 연구동 로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취미가 회사 혁신의 발판으로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대우건설 기술연구원에서 만난 송근목 과장은 인터뷰에 앞서 드론(무인비행기)을 보여줬다. 드론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디에 쓰이는지를 설명하는 송 과장의 모습은 "노는 것과 일하는 것의 경계가 없다"는 그의 말과 딱 들어맞았다.

송근목 과장이 드론에 흥미가 생기게 된건 작은 우연에서 시작됐다. 2008년 인터넷 서핑을 하다 조그만 RC(Radio Control) 비행기에 카메라를 얹어서 촬영한 영상을 보게 됐다. 화질 낮은 흑백 영상은 그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무작정 RC 비행기 동호회에 가입해 조정하는 법을 익혔고, 이후 활용 범위가 더 넓고 레이싱 속도가 빠른 드론을 알게 됐다.

송 과장은 “2009년 시화호조력발전소에서 근무했는데 건설현장이 워낙 외지에 있어서 취미로 드론을 띄우며 지냈다"며 "놀이문화가 산업분야가 된 드론처럼 나 역시도 놀다가(취미생활 하다가) 업무 영역으로 발전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띄운 드론은 송 과장의 업무에 도움이 됐다. 직접 드론을 만들어 현장 사진을 찍은 뒤 보고서에 넣었더니 결재가 빨라졌다. 이전엔 현장 사진을 찍으려면 유인헬기 시스템이 대부분이었는데 4~5장에 600만원 정도 지불해야 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사진 출력까지 시간이 소요됐고, 원하는 구도 등을 정확히 전달해 결과물로 받기가 힘들었다.

송근목 과장은 "사진이나 영상뿐만 아니라 3D 모형으로 지형도를 만들어주고 물량을 산출해서 더 보기 좋고 정확한 자료를 만들어 현장에 제공더니 반응이 좋았다"며 "생산성을 높이려면 좋은 도구, 좋은 자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고 했다.

데이터 확보가 빨라지니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체감했다. 하지만 회사의 시스템으로 도입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드론이 생소한 분야였던데다 개인이 연구하기엔 벅찬 영역이었다. 송 과장은 취미생활로 드론에 집중했다.

특히 드론 레이싱에 열정을 쏟았다. 송 과장은 2015년 국내 상금 랭킹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교육방송 프로그램에서 강연도 했다. 이미 회사에 소문이 날대로 난 상황에서 2016년 두바이에서 처음으로 열린 세계 드론 레이싱 대회 '월드 드론 프릭스'에 초청 받았다.

세계에서 32명의 선수만 초청한 명예로운 대회였다. 그러나 열흘이나 자리를 비워야 했고, 송 과장은 고민 끝에 회사에 알렸다. 대우건설이 오히려 반색했다. 혁신 기술을 원하는 시대에 송 과장의 드론 기술은 회사 입장에서도 환영할만 했다. 회사는 송 과장의 대회 출전을 출장으로 지원했고 그때부터 사내에서 그의 드론 업무가 본격화했다.

송 과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드론 등 스마트건설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타이밍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회사에서 드론 연구를 지원해주기 시작해서 2년 반 정도 혼자 드론 연구를 해 왔고, 점점 더 업무의 가치를 인정 받아 작년부터는 드론팀이 꾸려져 2명이 더 투입됐다"고 했다.

송근목 대우건설 기술연구원 과장
송근목 대우건설 기술연구원 스마트건설기술팀 과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건설회사 중에서 드론만 연구하는 팀이나 인력이 있는 곳은 대우건설 뿐이다. 대우건설은 토목에서 벗어나 전기, 기계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드론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송근목 과장은 “현재 부지가 큰 토목 사업에서 사업지를 한꺼번에 촬영해 요약해서 보기 위해 드론이 활용되고 있다"며 "최근엔 제주도 태양광발전사업에서 착공 전부터 지형을 떠너 패널을 점검하는 등 전기, 기계 쪽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수중, 플랜트 등에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 "드론 정보는 사업의사 판단의 좋은 보조자료"

건설현장에 드론이 도입된 이후 업무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일단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높아졌다고 했다.

송 과장은 "드론을 통해 산출한 정보들은 이해 관계자들끼리 빠른 결정과 판단을 위한 보조 자료가 되고 있다"며 "드론을 활용하면 건설 산업의 원가가 어마어마하게 절감된다거나 없던 기술이 나오는게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자료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건설현장은 프로젝트가 임시적이고 현장이 하루하루 다르기 때문에 데이터도 빨리 확보해야 한다"며 "시각 자료를 실시간으로 확보하고 공유할 수 있어 업무 능력이 향상되고 있다"고 했다.

업무 시간도 단축했다. 비용은 장기적으로 절감의 효과를 저울질해보고 있다.

송 과장은 "기존에 사람이 하던 일을 드론이 하게 됐으니 당연히 업무시간은 단축됐다"면서도 "하지만 싸고 좋은 것은 없기 때문에 예산을 짤때 비용은 동일하게 잡는다"며 "게다가 드론 기술력에 따른 가격은 국가에서도 이제 품셈을 만들려고 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비용이 얼마나 절감되는지 정확히 산출하긴 어렵다"고 했다.

건설현장에서 드론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드론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을 무렵, 송근목 과장이 경종을 울렸다. '드론을 쓰면 무조건 좋다', '드론 하나면 다 된다' 식의 일반화가 가장 위험하다는 것이다.

송근목 대우건설 과장
송근목 대우건설 기술연구원 과장이 기술팀 팀원들과 드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송근목 과장은 "드론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들을 정리해서 엔지니어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지 섣불리 활용도를 판단해선 안된다"며 "드론을 활용해서 좋은 게 있을까 하는 의문부터 시작해야 하고 동시에 쓰면서 좋은 걸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추진 중인 '드론 관제시스템' 개발이 코앞이다. 원격으로 드론을 조종하는 동시에 생방송으로 송출하는 시스템으로, 현장 영상을 촬영하고 저장해서 다운로드 받는 게 아니라 생방송으로 전 직원이 다같이 볼 수 있다.

미개척 분야인 수중드론도 연구 중이다. 취수탑의 경우 수심별 구조물 보강 공사를 해야 하는데 잠수부가 들어가기도 위험하고 비용도 비싸다. 레저용 수중드론으로 시험해보고 활용 방안을 찾고 있다.

송근목 과장은 드론을 연구하고 업무에 적용해 성과를 내면서 '일할 맛이 난다'고 했다. 주말에 하던 취미 생활을 평일에 회사에서 더 깊이 할 수 있으니 '일하는 것과 노는 것이 분간가지 않을 정도로' 즐겁게 직장생활을 하게 됐다.

송 과장은 “직접 얘기하기 민망할 때가 많지만 회사 와서 일하는 게 참 재미있다”며 “놀면서 하던 일을 업무로 하면서 드론을 직접 조립하고 개발하고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관련 업무를 주관하고 동료들에게 전파하는 모든 과정이 즐겁다"고 했다.

이어 “드론에 대해서 건설뿐만 아니라 드론 산업에 대한 좋은 회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대우건설이 드론 회사들을 적극적으로 후원도 하고 개발도 하며 함께 더 혁신적인, 더 좋은 방향을 찾아나가고 싶다"고 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