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마곡 MICE 복합단지 건설 사업이 '3수' 만에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높은 땅값에 비해 사업성이 낮아 입찰 제로(0)를 이어가다가 세 번째 시도 만에 국내 건설사와 금융사들이 손을 잡고 입찰에 나섰다.
그동안 걸림돌이었던 필수도입시설 등의 사업 조건을 대폭 완화한 만큼 마곡 MICE 단지가 미운 오리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사업자의 품에 안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한화-롯데-대림 '3파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18일 오후 3시 '마곡 MICE 복합단지 특별계획구역 건설사업' 신청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한화건설 컨소시엄, 롯데건설 컨소시엄, 대림산업 컨소시엄 등 3곳이 입찰했다.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20위 내 건설사 3곳이 각각 주관사로 컨소시엄을 이뤘다.
▲한화건설 컨소시엄은 한화건설, 계룡건설, 태영건설 등 ▲롯데건설 컨소시엄은 롯데건설, 신동아건설, 금호산업 등 ▲대림산업 컨소시엄은 대림산업, GS리테일, 코오롱글로벌 등으로 구성됐다.
이 사업은 마곡지구 중심부에 위치한 특별계획구역 8만2724㎡ 일대를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등 융합산업)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SH공사는 지난 2016년 마곡 특별계획구역 개발 용지에 MICE 시설과 호텔, 쇼핑몰 등을 조성해 '제2의 코엑스'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사업자를 찾아왔다.
관심도 뜨거웠다. 국내 대형 건설사와 금융사들이 눈길을 보냈고, SH공사가 해외 디벨로퍼 등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 활동을 벌이면서 첫번째 사업 설명회엔 110개사가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과 11월 진행한 두 차례 공모에 입찰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관련기사☞#땅값1조#두번유찰…마곡 MICE복합단지, 이번엔 팔릴까
비싼 가격에(토지비 9930억원, 사업비 3조5000억원) 비해 필수도입시설 등 사업 조건이 까다로워서다.
그러자 SH공사는 문화 및 집회시설 및 원스톱비즈니스센터 규모 축소, 레지던스 허용, 컨소시엄 구성원 수 확대, 토지매매대금 납부기한 완화 등 사업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세 번째 공모에 세 곳의 컨소시엄이 몰리며 '흥행'하게 된 이유다. SH공사는 공모에 참여한 컨소시엄 3곳의 사업계획서를 총점 1000점 만점으로 평가한 뒤 최고 점수를 받은 한 곳의 컨소시엄을 최종 입찰자로 선정할 예정이다.
개발계획과 사업계획이 각각 250점 만점으로 가장 배점이 높고 다음으로 입찰가격 평가에 200점 만점을 부여했다. 이어 특화계획과 기업평가에 각각 150점을 만점으로 점수를 매긴다.
◇ 한참 뜨는 지역인데…'고도제한'은 관건
마곡 MICE 단지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마곡지구는 '서울 2030 플랜'의 7대 부도심으로 입주 확정 기업이 150개를 넘을 정도로 인구 유입이 높다. 마곡 특별계획구역은 지하철 5호선 마곡역과 9호선 및 공항철도 마곡나루역 사이 트리플 역세권에 위치해 '노른자위 땅'으로 꼽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마곡은 주변 고양 덕은지구, DMC 쪽이 커지고 있고 이를 대비해 부동산 시장도 움직이고 있다"며 "교통호재도 있고 서울 서북쪽에선 유망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 마곡 MICE 단지까지 들어서면 일대 가치는 더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마곡 MCIE 단지의 개발 방향은 마곡광장 및 녹지축과 연계해 컨벤션, 호텔, 문화‧집회시설, 원스톱비즈니스센터 및 업무‧상업시설 등을 배치해 서울시 서남권역의 중심공간(랜드마크)을 조성하는 것이다.
다만 공항 고도제한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곡지구는 김포공항 반경 4km 이내에 위치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항공기 안전운항을 위해 정한 국제기준에 따라 고도가 57.86m로 제한돼 있다.
단순 계산할 경우 상업지구 건물의 경우 1개층이 4m 정도로 고도제한이 적용되면 올릴 수 있는 층수는 15층 이내로, 사업성이 떨어진다.
시장에선 고도제한 완화를 기대하고 있으나, 당분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도제한 완화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국제기준 항로를 개정해야 하는 사안으로, ICAO는 2022년까지 고도제한을 완화하는 개정안을 마련하고 2024년 발효할 예정이다. 하지만 강서구청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가 개정안을 2028년까지 미룰 수 있다는 여지를 보인 만큼 조속한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공고문에도 '사업자는 고도제한 완화를 목적으로 어떠한 사유로도 공사착공 및 개발 완공을 지연해서는 아니된다'라고 명시돼 있어 고도제한 완화 이전에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