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신임 총수 구광모 회장의 대외행보가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6월말 취임 후 석달간 두문불출하던 ‘정중정(靜中靜)’ 행보와는 확연히 다르다. 본격적으로 '준비된 오너경영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1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이어 17일 LS그룹 안양사옥을 찾았고 18일에는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
18일 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 17일 오전 LS그룹 안양 사옥을 방문해 구자엽 LS전선 회장, 구자균 LS산전 회장, 구자은 LS엠트론 부회장을 만났다. 이들은 모두 구광모 회장의 재종조부(할아버지 사촌형제)다.
LS그룹은 LG그룹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셋째·넷째·다섯째 동생이 2003년 분가해 설립한 그룹으로 LG그룹과는 '한 핏줄'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사전에 약속된 방문으로 집안 어른께 인사드리는 차원에서 만난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방문은 구 회장이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기 하루 전 이뤄진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재계 일부에선 전력·전선·농기계 등의 사업을 주도하는 LS그룹을 찾아 남북경협과 관련한 조언을 듣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LG그룹 관계자는 "사업협력과는 무관한 만남"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구 회장은 지난 1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취임 후 첫 현장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LG사이언스파크는 선친인 고 구본무 선대 회장이 애착을 갖고 조성한 연구개발단지다. 당시 방문은 대외행보를 자제한 그간의 모습과는 다른 것으로 구 회장이 선대의 유지를 이어 본격적인 경영행보에 나섰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재계 관계자는 "현장 방문 일정을 잡았다는 건 구 회장이 그룹 총수로서 입지를 넓히기 시작했다는 의미"라며 "경영현안 파악은 얼추 마무리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구 회장이 경영 보폭을 넓히면서 향후 LG그룹의 변화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취임식 없이 조용히 회장직을 시작했지만 구 회장 체제 이후 LG그룹에는 눈에 띄는 몇가지 변화가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취임 후 보름여만에 이뤄진 그룹 2인자의 교체를 들 수 있다.
LG그룹은 지난 7월 지주회사인 ㈜LG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하현회 부회장을 LG유플러스 대표로 이동시키고 대신 LG유플러스를 책임지던 권영수 부회장을 ㈜LG 대표로 불러들였다.
그룹의 안정을 위해 상당기간 기존 경영진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원포인트식 부회장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1957년생인 권 부회장은 LG그룹 전문경영인 출신 6명의 부회장 중 가장 젊다. 이 때문에 구 회장이 올해 말 임원인사에서 세대교체형 인사를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의 대외행보는 그룹내 변화를 앞두고 총수의 존재감을 알리는 예열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