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만 1조원에 달하는 ‘마곡 MICE 복합단지’가 세 번째 입찰에 도전한다.
이 단지는 마곡지구 중심에 위치한 데다 부지만 2만5000평에 달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으나, 높은 공급금액에 비해 사업성이 낮아 두 번이나 유찰됐다.
조급해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입찰 조건을 대폭 완화하면서 다시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비싼 토지비, 수익성 부족 등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서 '삼수' 만에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소문난 잔치'에 그쳤던 '마곡 특별계획구역'
SH공사는 지난달 20일 마곡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를 시작해 이달 초 사업 설명회, 11월 사업신청서 접수를 거쳐 같은 달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마곡도시개발사업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중심부에 위치한 특별계획구역 8만2724㎡ 일대를 MICE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MICE란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가 융합된 새로운 산업이다. 비즈니스 관광(BT)이라고도 하며 기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관광산업보다 그 부가가치가 훨씬 크다.
마곡도시개발사업지구는 서울 도심과 약 13km거리에 위치하며 인천국제공항, 김포공항, 수도권 광역교통망과 직결돼 있는 서남부의 관문지역으로 첨단산업, 주거, 자연, 문화가 어우러진 지속가능한 미래형 스마트시티로 조성 중이다.
그중에서도 마곡 특별계획구역은 지하철 5호선 마곡역과 9호선 및 공항철도 마곡나루역 사이 트리플 역세권에 위치해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며 시장의 관심을 받아 왔다.
SH공사가 지난해 7월 처음으로 마곡 MICE복합단지의 민간 사업자를 공모할 당시 개최한 사업 설명회에 건설사, 금융사, 설계사 등 110개사 250여명이 참여할 정도였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지난해 7월과 11월 두 차례 공모에서 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0(제로)'였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대외적인 이유도 일부 작용했지만, MICE복합단지 내 필수도입시설 설치 등에 따른 사업성 확보 어려움이 입찰을 포기한 주된 원인으로 분석됐다.
단지를 조성할 때 집회시설, 원스톱 비즈니스센터, 컨벤션을 각각 2만㎡, 1만5000㎡, 5000㎡씩 의무 설치해(필수 도입 시설)야 했기 때문이다. 전체 토지 면적의 절반에 달하는 면적에 수익성이 낮은 시설을 지어야 한다는 점이 사업자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임대사업을 할 수 있는 생활숙박시설을 불허하고, 컨소시엄 구성원 수도 10개사에 불과했다. 그러면서 토지 공급가격은 9929억6479만원으로 1조원에 달했다.
결국 지난해 두 차례의 공모가 유찰된 이후 열었던 사업설명회엔 참석자가 4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사업 참여 의지가 꺾였다.
◇ "대형 건설사 눈독"vs "어려운 사업, 검토중"
그러자 SH공사가 사업 조건을 대폭 완화하고 나섰다.
지난달 발표한 공고문을 보면 문화 및 집회시설은 1만5000㎡에서 5000㎡로, 원스톱비즈니스센터는 5000㎡에서 3000㎡로 문턱을 낮췄다. 생활숙박시설도 레지던스를 허용키로 했다. 레지던스는 숙박용 호텔과 주거용 오피스텔이 합쳐진 개념으로, 임대 사업이 가능하다.
컨소시엄 구성원 수도 10개사에서 15개사로 확대하고 토지매매대금 납부기한은 3년에서 5년으로 완화했다.
시장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SH공사 마곡사업부 관계자는 "최근 개최한 사업설명회 때 70개사 150여명이 참석했다"며 "아직 입찰 기간이 많이 남아서 지금 시기에 수요를 판단할 순 없지만 건설사, 금융사 등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 건설사 위주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면 이번엔 금융사가 주도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며 "이번에 조건이 완화됐고 도시 개발 이후 지하철, 공항철도 등이 개통되는 등으로 주변 인프라가 갖춰지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에선 이미 수주 의사를 확실히 보이는 곳이 있다고도 귀띔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 중에 구체적으로 움직이는 곳이 있다"며 "이번엔 입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토지비가 비싸다고는 하지만 최고 입찰액이 아닌 감정평가액으로 하기 때문에 그점을 매력으로 느낄 수 있다"며 "특히 이번엔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부분(생활숙박시설 등)도 생겨서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1조원에 달하는 토지비와 사업성 부족 등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SH공사가 이달 감정평가사협회에 의뢰해 토지 가격을 재산정한 결과 해당 용지의 가격은 9929억6479만원으로, 오히려 지난해 공모 가격(9906억6607만원)보다 약 24억원이 높아졌다. 올 초 공시지가가 오른게 반영돼서다.
업계에선 이번에도 유찰이 되면 공급금액을 낮출 것으로 기대했지만, SH공사 관계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의지를 보였던 외국계 투자 유치도 잠잠해졌다. 올해 3월만 해도 국제부동산박람회 미핌(MIPIM)에 참석해 해외 디벨로퍼 등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 활동을 했으나, 그 이후론 별다른 활동이나 적극적인 문의는 없다고 SH공사 측은 전했다.
지난해 입찰을 검토했다고 알려진 대형 건설사 가운데 상당 수가 "아직 검토중"이라고 답했고, 대우건설만 "참여한다는 가정 하에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담당부서에서 난이도가 있는 사업이라고 하더라"며 "사업성이 좋다고 얘기하기 어려운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더 꼼꼼히 따져봐야 결론이 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향후 해당 지역에 인구유입이 가능한지부터 금리, 자금조달 방법 등 따져봐야할 게 많다"며 "아직 입찰 기간이 많이 남아 있어 좀 더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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