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내홍에 휩싸였다. SH공사가 내부혁신 및 조직문화 쇄신을 이유로 간부급 직원 28명을 직위해제하면서다. 당사자들은 이같은 조치에 반발하며 김세용 SH공사 사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간부급 직원들이 사장을 고소하고 퇴진을 요구하는 등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김 사장의 리더십이 흔들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직 쇄신을 위한 조치가 분란만 일으켰다는 지적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에 인사조치된 당사자들은 SH공사의 이같은 조치를 '인사숙청'으로 규정하고 고용상연령차별금지및고령자고용촉진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판단, 지난 26일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 법은 55세 이상의 고령자에게 나이를 이유로 채용, 임금, 교육, 전보, 승진, 퇴직 등을 차별해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인사대상자 28명중 21명은 60년생, 7명은 61년생으로 관련법의 고령자에 해당한다.
SH공사는 정당한 인사조치라는 입장이다 SH공사는 해명자료를 통해 "2019년 임금피크제 대상자(60년생) 총 25명중 간부급 직원 21명과 2020년 임금피크제 대상(61년생) 21명중 처단장급 7명만을 대상으로 시행됐다"며 "특정 연령을 기준한 획일적 조치가 아니기 때문에 정당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SH공사는 58세부터 임금피크제 대상이 된다.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의 경우 해당 기간이 도래하면 현 직위에서 제외되고 별도 직무를 수행하는 전문위원으로 발령조치 된다. SH공사 측은 "대상자들의 인사시기를 앞당겨 단행함으로써 조직문화 혁신을 기하고 시민기업으로 탈바꿈하고자 하는 공사의 의지를 표명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2019년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가 내년도 신규사업계획 수립 및 주요사업 등을 결정하고 바로 물러나는 것보다 후임자가 여유를 가지고 업무를 인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1개월여 전에 인사조치한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직위해제'라는 조치에 대한 명분으로는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조치로 직위해제된 A씨는 "통상 직위해제라고 하면 범죄를 저지르는 등으로 문제가 생긴 직원들에 대해 내리는 인사조치"라며 "이번에 인사조치된 직원들 가운데 해당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SH공사가 조직쇄신을 강조하는 데는 최근 불거진 갑질 및 보상비리와 관련돼 있다. 최근 감사원 감사 등에서 센터 직원들의 갑질, 금품수수, 전현직 직원의 토지 보상금 편취 및 편법보상 등이 적발됐다. SH공사는 이같은 비리 등을 근절하고 조직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인사조치를 했지만 정작 해당 직원들은 적발된 비리와도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SH공사 관계자도 "일반적인 직위해제의 형식은 아니다"고 말했다. SH공사 해명자료에서도 "공사의 직위해제는 형사사건으로 공소제기된 자,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자 등에 대해 직위를 부여하지 않는 인사발령으로 급여상 불이익이 있는 조치이지만 이번 인사발령은 직책에서는 제외됐지만 정년 60세까지 향후 2년 동안 근무를 계속하기 때문에 인사 등 불이익을 받는 직위해제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비리근절과 혁신을 내세웠지만 정작 비리와는 무관한 간부급 직원을 임금피크제 돌입에 앞서 인사조치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A씨는 "회사 측에서도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이번 인사조치의 부당함을 주장했던 경영지원본부장을 결재라인에서 배제하면서까지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서도 "갑질 및 비리의 사태가 발생한 것은 근본적으로 사장의 무능과 조직관리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인데 사장의 경영책임을 간부 수십명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비리 근절, 혁신 등의 명분을 내세워 서울시 등 외부에 보여주기용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인사조치와 무관한 SH공사 한 직원도 "서울시의회 등으로부터 혁신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서두르다 보니 이같은 일이 발생한 것 같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