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5호선 마곡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연면적 46만3098㎡(14만평)에 달하는 거대한 건물이 병풍처럼 서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3배 크기의 초대형 복합시설 '원그로브(One Grove)'다. 태영건설이 짓고 국민연금이 2조3000억원에 사기로 한 곳이다. 공사 과정에서 이미 투입한 자금은 8000억원 규모다.
공실률 100% 우려?…"임차계약 진행 중"
원그로브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 마곡도시개발사업구역 내 특별계획구역(CP4)에 지하 7층, 지상 11층, 4개동으로 들어선다. 지상 3~11층은 업무시설(오피스), 지하 2층~지상 2층은 상업시설인 '원그로브몰'로 조성된다. 11월이면 마곡역 2번 출구 연결 통로 공사가 마무리돼 역과 직결된다. 향후 CP1~3블록을 통해 마곡나루역까지도 무빙워크로 이어진다.
시공사 태영건설은 원그로브를 지난 2021년 8월 착공해 당초 지난달 준공할 예정이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말 기준 공정률은 91.32%였다. 현재는 모든 공정이 마무리된 상태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26일 준공식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2021년 원그로브가 준공되면 2조3000억원에 매입하기로 약정을 체결했다. 공사비와 이자 비용 상승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선매입 계약이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인근 오피스의 거래가격을 고려할 때 최소 2000억원의 평가이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투자펀드를 운용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은 임차인 확보를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자산관리(PM)는 CBRE코리아, 시설관리(FM)는 에스원에 맡겼다. 두 곳을 비롯해 신영에셋, 세빌스코리아 등 8곳을 오피스 임대관리(LM) 업체로 선정했다.
일각에선 준공이 코앞인데 입주 약정을 한 곳이 거의 없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 공개적으로 '원그로브몰'에 입점을 확정한 곳은 '이마트 트레이더스'(지하 2층)뿐이다. LG 계열 공유오피스 '플래그원'도 최근 사옥 임차계약을 완료했다. 지난달까지 오피스에 10여 개, 상업시설에 60여 개의 임차의향서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임차의향서를 제출한 곳들 대상으로 계속 협의하면서 몇몇 곳은 계약도 체결했다"며 "대기업 계열사와 지역 항공사, 글로벌 금융사 등이 오피스에 입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매입 계약이 체결된 신규 개발 오피스는 준공 후 소유권 이전 절차가 마무리된 뒤 임대차 계약을 맺는 것이 일반적이다. 바로 임차인 100%를 채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여의도IFC(국제금융센터)도 입주율 80%를 넘기기까지 수년이 걸렸지만 결국 투자자인 AIG가 약 9000억원 수익을 올린 바 있다"고 덧붙였다.
쇼핑몰 내년 1월 오픈 가닥…수요 충분할까
부동산 업계에선 원그로브 측이 대기업 등 우량 임차인이 대형 면적으로 입주하길 바라는 눈치라고 귀띔한다. 원그로브몰 리테일(소매) 임대 자문을 담당하는 CBRE코리아 측은 1층에 주요 브랜드의 마곡 1호점 플래그십(대표) 매장을 둘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피스 물건을 중개하는 A 공인중개사는 "건물이 워낙 크다 보니 대기업 위주로, 1000평 단위로 유치하고 있다"며 "그렇게 해선 다 채울 수 없기 때문에 현재는 저층부에 한해 중소기업도 최소 200평 이상으로 임차의향서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 평수는 올해 11~12월 입주할 예정이고 소형 평수는 분할 작업이 필요해 내년 1월로 협의 중"이라고 부연했다.
상가 분양을 맡고 있는 B 공인중개사는 "호실마다 입주의향서는 다 제출된 것으로 안다. 아무래도 시세보다 임대료가 높다 보니 납부 능력을 고려해 대형 브랜드 직영점으로 받길 원한다고 한다"며 "지하 2층엔 이마트 트레이더스, 지하 1층엔 대형 서점과 패션 브랜드들이 입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10월부터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가고 내년 1월 오픈한다. 집객 효과를 고려해 다른 상가들도 이때 맞춰 입주할 것"이라며 "마곡역 메인 건물이고 고층에 오피스가 있어서 자체 수요만으로도 상가가 원활하게 운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심(CBD)·강남(GBD)·여의도(YBD) 등 주요 업무지구에 비해 마곡이 서울 외곽에 위치한 점은 지리적 한계다. 150여 개 기업이 입주한 마곡지구와 함께 마곡역 일대에 신규 오피스가 속속 들어서는 점은 향후 성장 요인이다. 코엑스 마곡이 들어오는 마곡 마이스(MICE)를 비롯해 CP1 '르웨스트 시티타워', CP3-2 '케이스퀘어 마곡' 등 오피스가 공급될 예정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기업이 임대료 높은 강남으로 사옥을 이전하는 이유는 직원들이 오기 편한 곳이라서다. 마곡은 인재 채용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업무 범위도 연구개발(R&D)에 특화돼 있어 다양한 업종이 시너지를 기대하기에도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전반적으로 경기가 개선되고 우량 임차인이 입주할 수 있도록 계약조건을 건물주가 제공한다면 임차 수요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