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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계급사회]'과천은 달라' 수도권‧지방도 '급'이 있다

  • 2020.11.30(월) 09:10

수도권 지역별 집값 격차 심해
부산 해운대‧대구 수성구 등은 수도권 버금
산업구조 변화‧인프라 구축에 인구 집중 영향

서울 집값 너무 비싸. 전셋집도 없고…차라리 수도권(경기‧인천)으로 가자

수도권을 서울보다 낮게 보고 이사를 생각했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수도권이라고 다 같은 수도권이 아닌 까닭이다.

수도권 선호지역은 웬만한 서울보다 비싸다. 대표적으로 과천시는 경기도에 속해있을 뿐 사실상 강남과 다를 바 없다. 집값 기준으로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다음이다. 판교와 위례신도시 등 강남 접근성이 좋은 곳들도 서울 못지않다.

수도권과 집값 차이는 있지만 지방에서도 엄연히 '급'이 존재한다. 부산 앞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해운대구의 고급 단지들과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일대 등의 고급 아파트 대형 평수는 수십억원에 달해 지방 세계에선 황제로 군림할 만하다.

◇ 평민‧가축도 있는데 과천은 왕족?

최근 과천은 강남보다도 뜨겁다. 약 한달 전 지식정보타운 민간분양에 50만개 이상의 청약통장이 몰리며 수요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차익실현은 물론이고 양질의 주거환경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4호선, 남태령 고개 등을 이용하면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까지 바로 닿을 수 있다는 게 과천의 가장 큰 장점이다. 여기에 재건축 대상 단지도 많고, 교통 개발 계획도 있다. 교통망과 학군, 개발호재까지 갖춘 셈이다.

과천 주공1단지를 재건축해 올 초 준공한 과천 푸르지오 써밋은 지난 9월말 전용 84㎡가 19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분양한 과천 지식정보타운과 인접한 과천 래미안슈르 전용 84㎡의 최근 한 달 평균 실거래가는 14억6800만원, 호가는 15억원을 넘어서고 있다는 게 인근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3.3㎡ 당 매매가격을 보면 과천의 위용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과천시 3.3㎡ 당 매매가격은 송파구보다 불과 100만원 가량 낮은 4614만원으로 강남3구 바로 밑에 위치한다.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은 물론 강동구보다 비싸 웬만한 서울 사람들도 과천에서 내 집을 마련해 이주하기는 쉽지 않다. 과천을 마냥 수도권 중 한 곳으로 일컫기 어려운 이유다.

2014년부터 주택 공급이 본격화된 위례신도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 위례보다 가까운 곳에 강남과 바로 연결된 택지지구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위례신도시 3.3㎡ 당 매매가격은 3697만원에 달한다. 서울 자치구와 비교하면 강남3구와 용산구에 이어 다섯 번째로 비싸다.

한 드라마에서 '판교 신혼부부'라는 이미지(경제력을 갖춘 젊은 신혼부부)가 만들어질 만큼 각광받고 있는 지역도 있다. IT 대기업이 몰리고 신분당선을 이용하면 강남까지 15분이면 닿을 수 있는 판교다. 판교 푸르지오그랑블 전용 98㎡ 매매가는 22억1000만원, 전용 140㎡는 30억원을 넘어서며 새 기록을 쓰기도 했다. 판교가 포함된 성남시 분당구 3.3㎡ 당 매매가격은 2860만원으로 서울 자치구 중위권 수준이다.

이들 지역이 서울 사람들도 부러워할 수준의 집값과 생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 의정부와 경기 광주, 파주시 등은 3.3㎡당 매매가격이 1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동두천과 안성시 등은 3.3㎡당 가격이 500만원 중반 수준이다.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비싼 강남구(5864만원)와 도봉구(1839만원) 격차가 3.2배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도권 양극화가 더 심각한 셈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뿐 아니라 경기도 역시 강남과 가까운 과천과 분당(성남시), 하남과 광명 등은 비교적 집값 상승이 높았다"라며 "인구도 많고 기반시설을 갖춰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기 때문인데, 결과적으로 이들 지역에 집이 있으면 경기 이북지역보다 자산이 더 늘어나 앞으로 지역 편차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전환과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수도권 인구도 IT 대기업이 몰려있는 서울 강남과 판교 등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이같은 산업구조 변화가 집값에도 영향을 주면서 지역간 양극화를 만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 지방에도 급이 있다

집값 자체만으로 수도권과 지방을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방을 한 울타리로 가둘 수는 없다. 지역에 따라 집값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지방 지자체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세종시다. 3.3㎡ 당 매매가격은 1730만원으로 광역대도시보다도 비싸다. 각종 부처들의 지속적인 이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정치권에서 국회와 청와대를 포함한 수도 이전까지 거론하면서 투자자들의 1순위 타깃이 되고 있다. 그만큼 개발 호재가 풍부하다는 의미다.

현재 세종시에선 보람동 중흥S클래스리버뷰2차 전용 99㎡ 호가가 기존 실거래가보다 3억원 이상 오른 12억3000만원, 같은 평형의 대평동 e편한세상세종리버파크 등도 12억원 선에 형성돼 고가 단지로 꼽힌다.

제2의 수도인 부산광역시도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전체 집값은 3.3㎡당 1130만원 수준이지만 해운대 앞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초고층 단지들의 위용은 집값에 그대로 드러난다. 부산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223㎡(98평)는 지난 10월 32억7500만원에, 해운대엘시티더샵 전용 186㎡는 지난 9월 35억원에 거래됐다. 평수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도 30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은 부산을 대표하는 고가 랜드마크 단지라는 점을 방증한다.

대구도 비슷하다. 특히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며 교육여건이 좋고 신도심 지역인 수성구 범어동 일대가 이 지역 집값을 주도하고 있다.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137㎡(54평)는 지난 달 18억3000만원에 거래됐고, 황금동 태왕아너스 전용 123㎡(46평)은 17억 중반 선에 가격이 형성돼있다.

김현수 교수는 "최근 지방 소도시 인구가 인근 광역 대도시로 이동하면서 전체적인 인구 분포가 바뀌고 있다"며 "특히 지방도 부동산 정책 영향으로 집값이 오를 만한 핵심 지역을 선호하는 똘똘한 한 채 현상 등이 생기면서 집값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수도권 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균형 발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도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의 집값 불안은 계속되고 그렇지 않은 곳은 계속 낙후되면서 양극화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함영진 랩장은 "균형 발전은 인구 이동 등 강제 시행을 통해 이뤄질 수 없는 만큼 자족기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소규모 지자체는 대도시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 지자체 통폐합 등으로 규모의 경제를 활용,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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