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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부동산 투기, 내부의 적을 찾아라

  • 2021.03.12(금) 16:12

정책 신뢰 바닥 친 상황에서 대책 속도전 무의미
공급계획 늦어져도 철저한 조사로 신뢰회복이 먼저

'적은 내부에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핵심은 '투기와의 전쟁' 이었다. 집은 '사는 것'(buy)이 아닌 '사는 것(live)' 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부동산으로 돈 벌려는 세력을 투기세력으로 간주했다. 이들을 잡기 위해 다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대출규제와 종부세율 인상 등의 칼을 휘둘렀다.

그럼에도 집값은 잡히지 않자 결국 수요억제에서 주택공급 확대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그런데 여기서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터져나왔다. 6번째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지구를 두고 주무 기관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보상을 노린 투기를 한 것이다. LH는 신도시 개발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토지보상을 담당하는 핵심 기관이다. 말 그대로 땅 전문가들이 땅을 투기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국민 분노가 들끓기 시작했다. 불길은 광명시흥을 넘어 3기 신도시 전 지역은 물론 정부가 땅을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택지지구 전체로 번졌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정부도 서둘러 진압에 나섰다. 투기 논란이 발생한 지 약 1주일 만에 국토부와 LH 직원들을 대상으로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땅 투기한 공직자를 찾아 일벌백계하고 앞으로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와 동시에 정부는 기존 주택공급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4대책에 포함된 신규 택지지구 입지를 이달 중 추가로 발표하고, 7월로 계획됐던 3기 신도시 사전청약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2.4대책 발표 후 집값 상승세가 다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정부 입장에선 공급의지를 시장에 확실히 보내 가격 안정을 굳히겠다는 의지다. 그 동안 잃었던 정책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직자 투기 논란으로 바닥을 친 정책 신뢰를 공급대책 강행으로 만회하긴 어려워 보인다. 1차 조사결과를 두고도 실명거래 만을 대상으로 해 제대로 된 조사가 아니라는 지적과 함께 셀프조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 조사 외에도 곳곳에서 공직자들의 투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급대책을 강행하는 것은 오히려 논란을 확대시킬 수 있다. 지금처럼 논란과 의구심이 가득한 상황에서 신규 택지지구 입지를 추가로 공개할 경우 이 지역에 대한 투기 논란은 불 보듯 뻔하다.

사전청약도 마찬가지다. 특히 LH 직원들의 투기 논란 이후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는 토지주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사전청약을 통해 앞으로 4~5년 뒤 집을 얻으려했던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당첨이 되더라도 불안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실제 개발이 이뤄지고 주택이 공급되려면 토지주들의 동의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차질없는' 공급대책이 꼭 '속도'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속도를 낼 수 있다면 좋지만 지금은 시간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신뢰를 회복해 바닥을 다지는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투기 논란 해소와 주택 공급이라는 두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힘을 분산시키기보단 한 곳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대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만큼 투기논란 사태를 완벽히 해결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그토록 찾았던 투기세력은 내부에 있었다. 이들을 찾아내 일벌백계해 의구심을 털어내야 한다. 공급대책을 실현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내부의 적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추진되는 공급대책은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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