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야심차게 도입했던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제도가 결국 폐지된다. 임대사업자 등록을 통해 물밑에 있던 임대주택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임대수익을 투명화하고,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을 꾀한다는 목적이었지만 애초의 취지보다는 투기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컸던 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이 지속적으로 축소되다 폐지의 길로 접어들었다.
제도를 폐지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아 보인다.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은 물론 서민 주거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작용 컸던 임대등록 인센티브
2017년 12월13일 발표된 임대등록 인센티브 제도는 문재인 정부의 세 번째 부동산 정책이었다. 앞선 두 번의 대책이 투기과열지구 확대 등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임대등록 인센티브는 민간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각종 세금 감면과 건강보험료 혜택 등을 부여하는 당근책이다.
공공임대주택 수가 부족한 만큼 민간임대사업 활성화를 통해 서민들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것이 정책 목표였다.
하지만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임대사업 등록제는 투기 수단으로 사용됐다. 갭투자(전세끼고 주택매입) 등으로 집을 사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혜택을 받으면서도 집값 상승에 따른 자산가치 증식을 기대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정부가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했던 다주택자들 역시 세금부담 등을 줄이기 위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이듬해 9.13대책을 시작으로 12.16대책(2019년), 7.10대책(2020년)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 등을 축소했다.
임대주택으로 등록된 집에 거주하던 일부 세입자들은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했지만 제도 초기부터 집값 상승과 맞물린 부작용이 워낙 컸던 탓에 민간임대사업자는 '계륵'이 되고 말았다. 임대등록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시장에 거래할 수 있는 매물이 줄어드는 부작용 또한 나타났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임대등록제는 공공임대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민간임대 공급을 늘려 임대차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집값이 급등하면서 다주택자 등의 갭투자가 활발해졌고, 이들 중 일부는 임대사업자에게 주어졌던 세제혜택을 조세피난처로 활용하기도 했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서민 주거불안 등 후폭풍 예상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지난 27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혁안'에서 매입 임대사업자의 신규 등록을 주택 유형과 상관없이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발표한 7.10대책에서 아파트에 대한 임대사업제도를 폐지했는데 다세대나 다가구주택, 빌라 등 비(非)아파트에 대해서도 임대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등록을 독려한지 만 4년이 지나지 않아 세제혜택은 물론 제도 자체를 없애기로 결정하면서 마무리까지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여당이 기대했던 시장에 매물이 공급되는 효과는 제한적이고 임대차 시장 불안 등 서민 주거불안이 다시 야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에 제도가 폐지되는 다세대나 빌라 등은 주로 서민들의 거주 비중이 높은 주거형태다. 임대등록주택은 임대료 상한 등으로 인해 세입자들은 일정 기간 안정적인 주거 여건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환경을 누릴 수 없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다세대나 빌라를 등록한 임대사업자는 주거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 가구를 대상으로 주택을 임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비아파트에 대한 임대사업제도 폐지는 중산층이 아닌 저소득 임대차 시장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다세대나 빌라는 매물로 나와도 이를 받아줄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매물이 소화되기 쉽지 않다"며 "공공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면 우선공급권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되는 등 공급대책과도 부딪치는 부분이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