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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들, 서울에서 변두리로 아파트에서 다세대로

  • 2021.06.23(수) 14:30

<어느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야기>②세입자편
임대차법 시행 등으로 '전세난' 이어져
비싼 전셋값에 집주인과의 갈등까지

<①집주인편에 이어서>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알아보는데 서울 중심에서 변두리로, 수도권으로, 아파트에서 다세대·다가구 등 비아파트로 자꾸자꾸 밀려나고 있다. 비싼 전셋값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2년 동안 단 한 주도 내리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를 보니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2019년 7월 첫째주부터 지난주까지 102주 동안 단 한주도 쉬지 않고 내달리고 있다. 2019년 6월 둘째주 -0.01%에서 3~4째주 보합(0.0%)으로 전환한 것까지 합하면 꼭 2년(104주) 동안 한 번도 내리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왔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특히 지난해 임대차2법이 도입되면서 전세 매물이 귀해져 가격이 더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중위가격은 4억6170만원으로 전년 동기(4억3121만원) 대비 7% 올랐다.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오히려 임차인을 (서울) 밖으로, (아파트) 밖으로 내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해진다.

직장이 강남이라 근처에서 오피스텔이라도 구해볼까 했는데 재건축 단지들의 이주가 몰리면서 그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이주에 나선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120가구), 신반포18차(182가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1490가구)를 비롯해 하반기 이주 예정인 신반포 18·21차 등을 포함하면 서초구 내 이주 수요만 5000여 가구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사업자들의 임대 매물까지 사라질 위기라 마음이 더 불안해진다. 등록 임대주택은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160만 채였지만 지난해 7·10대책에서 단기 및 아파트 임대사업자를 폐지하자 올 4월 기준 108만 채로 감소했다. 아파트 등록 임대주택은 오는 2028년이면 모두 사라진다. 여기에 비아파트 매입임대까지 신규 등록이 폐지된다면 이제 다세대, 다가구 주택 임차도 어려워질까 겁난다. 

가뜩이나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세입자에 대한 이미지가 되레 안좋아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세입자 위로금'이라는 단어가 나오면서 '을의 갑질'이라는 프레임까지 씌워졌다.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이사비, 위로금 명목으로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의 돈을 주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마음이 무거웠다. '위로금'이 나오게 된 이면엔 '임대료 상승'이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실행하지 못하고 퇴거할 경우 집주인으로부터 위로금을 받는다고 해도 이미 전셋값이 너무 높아 전세보증금을 치르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고 하면 별 수 없이 짐을 빼야한다. 실거주가 아닌데도 막무가내로 퇴거를 종용하는 사례도 많다. 내 친구(세입자)는 집주인이 불이익을 받는 한이 있어도 전세보증금을 올리겠다면서 20% 가까이 되는 보증금 인상을 요구했다고 한다.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이 점점 더 심해지는 분위기다. 내일은 서울 변두리에 위치한 오래된 아파트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집주인이 반전세를 요구하고 있다. 신혼집 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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