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방위적인 청약 규제 완화에도 반전은 없었다. 규제 완화 후 처음 분양한 수도권 대단지 1순위 청약에서 대규모 미달이 발생했다. 입지와 분양가를 향한 수요자들의 분석이 점점 날카로워지는 분위기다.
건설사들은 작년에 비해 공급물량을 대폭 줄이는 등 움츠러든 모양새다. 다만 청약 관련 규제가 많이 사라지면서 혹한기는 지났다는 평가다. 통상 분양 비수기인 설명절 등이 지나고 나면 분양시장이 회복되리란 기대감이 맴돈다.
규제 완화에도 대규모 미달
1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경기 안양 동안구 호계동 '평촌 센텀퍼스트'는 지난 11일 1순위 청약을 대규모 미달로 마무리했다. 총 1150가구 모집에 단 257명만 신청하며 8개 주택형 중 84A 1곳에서만 청약 접수를 종료했다.
공급물량이 가장 많았던 59A는 492가구 모집에 76가구가 신청해 416가구가 미달했다. 59B와 전용 72㎡ 역시 미달 물량이 각각 279가구, 128가구에 이르렀다.
평촌 센텀퍼스트는 지난 3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발표된 분양시장 활성화 대책 후 처음으로 수도권에 공급되는 단지로 관심을 받았다. DL이앤씨와 코오롱글로벌이 시공하는 총 2886가구 규모의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기도 하다.
그런데도 대규모 미달이 발생한 건 분양가가 비싸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평촌 센텀퍼스트는 후분양 단지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았다. 오는 11월 입주 예정으로 10개월 안에 잔금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단지 전용 84㎡ 분양가는 최고 10억7200만원으로 인근 신축 아파트 시세보다 1억원 이상 높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평촌더샵아이파크 전용 84㎡는 작년 11월 9억500만원(16층)에 거래됐다. 평촌더샵아이파크는 평촌 센텀퍼스트와 마주한 단지로 지난 2019년에 입주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각종 규제가 완화돼도 금리가 워낙 높아 가격 민감도가 한껏 올라간 상황"이라며 "평촌에서 국민 평형 분양가가 10억원이 넘는 게 낯설고, 인근 지하철역은 개통까지 한참 남아 입지도 애매하다는 평가"라고 말했다.
시장 회복 언제쯤?
당장 규제 완화 효과가 미미한 가운데 올해 '긴축 분양'을 예정했던 건설사들도 쉽게 고삐를 풀지 못하고 있다. 청약 경쟁률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면서 건설사들은 올해 분양물량을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관련 기사:[둔촌주공 후폭풍]③건설업계 새 분양 전략…'일단 미루자'(2022년 12월13일)
그 결과 이번 달 분양물량은 작년보다 64%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1월 일반분양 예정 물량은 5806가구로 작년 1월(1만6143가구)보다 1만337가구 감소할 전망이다.
일선에서는 '혹한기'는 지나갔다는 분위기다. △전매제한 기간 단축 △실거주 의무 폐지 △중도금 대출 보증 분양가 기준 폐지 등을 담은 1·3 대책이 청약수요 회복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회복에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집잇슈]전방위 규제 완화에도 서울 대단지 '줍줍' 왜?(1월11일)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지난 1년간 시장 침체가 지속하면서 지금은 강남의 어떤 단지가 나와도 비슷한 청약 결과를 맞을 것"이라며 "겨울 분양 비수기와 설 등이 지나고 나면 분위기가 바뀔 수 있겠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월 아파트분양전망지수는 58.7로 전월보다 6.3포인트 상승했다. 이 지수는 전국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로, 100보다 아래면 분양시장 전망이 어둡다는 의미다.
평균 지수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지난 11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세다. 지난 11월 30 아래로 지수가 추락했던 인천과 경기는 각각 39.2, 48.7로 회복했다. 다만 서울은 43.9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9개월째 하락 중이다.
권지혜 주산연 연구원은 "작년 12월21일 경제정책방향에서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종합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1월3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 따른 주택시장 연착륙 대책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됐다"며 "금리 영향을 크게 받는 서울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