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말 예고한 대로 연초부터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놨습니다. 말 그대로 충격을 막기 위해 낙하산을 펴고 매트를 깔았는데요. 규제지역을 대대적으로 해제하고 분양시장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습니다. ▶관련 기사: 5일부터 강남3구·용산 외 규제지역 다 풀린다(1월 3일)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에 주택시장의 집값 추락세는 둔화했습니다. 서울의 경우 9개월 만에 집값 하락 폭이 줄었고요. 마침(?) 정당계약에 돌입한 둔촌주공의 분위기도 순식간에 바뀌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금리가 높은 탓에 집값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거라는 전망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정부의 바람대로 시장의 충격을 다소나마 완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서울, 역대 최대 낙폭 기록 행진 멈춰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첫째 주(2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65% 하락하며 전주(-0.76%)보다 낙폭이 줄었습니다. 이로써 지난해 9월 셋째 주 이후 15주째 이어왔던 역대 최대 낙폭 기록 행진이 멈췄습니다.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 폭도 줄었는데요. 수도권은 전주 -0.93%에서 이주 -0.81%로 낙폭이 축소했고요. 지방 역시 같은 기간 -0.59%에서 -0.50%가 됐습니다.
서울은 지난주까지 8주 연속 역대 최대 하락 기록을 갈아치웠는데 이번 주에는 낙폭이 축소했습니다. 하락 폭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약 9개월 만입니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67% 하락했는데요. 지역별로 보면 노원구(-1.20%→-1.17%)와 도봉구(-1.21%→-1.12%)의 경우 이번 주에도 서울 내 낙폭 1~2위를 기록했지만 그 폭은 줄었습니다.
강남권에서 유독 하락세가 가팔랐던 송파구도 같은 기간 -0.49%에서 -0.37%로 낙폭이 줄며 3주째 흐름이 둔화하고 있고요.
부동산원 관계자는 "금리인상 기조 유지로 매수 관망세가 길어지고 매수 희망 가격도 지속해 하락하고 있다"면서도 "부동산 규제 완화 예고로 매도 호가 하향세가 둔화하고 매물을 철회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지난주 대비 하락 폭은 축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매수 심리도 반등…"급매물 중심 거래 늘 듯"
부동산원의 설명대로 여전히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고금리가 지속하고 당분간 경기가 살아나기 어려울 거라는 인식 때문인데요. 하락 폭도 큰 수준이고요.
다만 정부가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줄줄이 내놓은 규제 완화 정책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이번 조사는 지난 2일을 기준으로 집계했는데요. 지난 3일 발표한 규제지역 해제 효과는 아직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매수 심리도 반등했는데요. 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4.1로 지난주(63.1)보다 1포인트 상승했는데요. 미 지수가 오른 건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입니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정부가 실거주 의무와 전매 제한, 중도금 대출 등 분양 관련 규제를 대거 완화하면서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이 가장 먼저 수혜를 받을 거라는 분석이 많았는데요. 그간 미계약까지 우려했던 현장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고 합니다. ▶관련 기사: [르포]"둔촌주공 망설이다 대출 해준대서 계약했어요"(1월 6일)
앞서 원희룡 장관은 지난해 말 부동산 시장 침체와 관련, "(시장이) 추락, 충돌하지 않도록 낙하산을 편다든지 매트를 깔아 경제의 지나친 충격, 불필요한 충격이 오는 것을 완화하는 게 정부의 일"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런 예고대로 새해 초 대대적인 규제 완화책을 내놨고,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입니다. 원 장관은 집값 하락세가 워낙 가팔라지니 규제 완화의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습니다. ▶관련 기사: 원희룡 "빚내 집사라는 것 아냐…시장 정상화 과정"(1월 4일)
다만 이 효과가 어느 정도로,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 팀장은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 폭이 축소했다"며 "아직 해소하지 못한 급매물을 중심으로 한 거래 시장 정상화 효과가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권 DSR 규제에 따른 가계의 유동성 축소 분위기가 여전하다"며 "정책의 온기가 소득과 자산 등에 한계가 있는 무주택 실수요층에 전달되기까지는 시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