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한숨 돌린 모습이다. 지난해 4월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 기조가 '일단' 멈춘 만큼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부동산 시장 침체 흐름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을 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높은 금리 수준이 유지되는 데다가 연내 추가 금리 인상도 예상되는 만큼 연착륙에 가까운 집값 하락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2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7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관련기사: 짙어진 경기침체 그늘…기준금리 인상 '일단 멈춤'(2월23일)
전문가들은 금리 동결로 부동산 거래량은 다소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금융권의 대출금리 인하 추세와 더불어 금리 인상이 일단 멈췄다는 점이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지난해 12월 아파트 거래량이 830건 수준이었는데 1월에는 1300건을 넘어서는 등 거래량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금리 인상 추세가 일단 멈췄고 은행들의 대출금리도 낮아지면서 거래량이 늘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작년 12월 837건에서 올해 1월 1375건(23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도 "그동안 기준금리 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거래에 선반영되면서 가격이 더 크게 하락한 측면이 있다"며 "기준금리 동결 결정으로 불안감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지난해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가격은 크게 하락한 상태"라며 "(기준금리 동결 결정으로) 부동산을 팔려는 사람이 매도를 안 한다거나 사려는 사람이 매입을 안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반적인 경기 침체 흐름과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집값 하락은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당분간 물가 추이를 지켜본 뒤 3.75%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기준금리를 동결함으로써 (부동산 시장에서) 추가적인 악재는 막은 셈"이라며 "이제 금리는 예측 가능한 박스권에 들어왔다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에서 금리가 미치는 영향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제는 금리보다는 역전세와 경기침체 등이 부동산 시장 침체를 지속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예년 대비했을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다"며 "금리와 자산 가격은 역의 관계에 있는 만큼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송 대표는 추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부동산 가격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7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부동산 가격 낙폭이 상당히 컸지만, 추후 기준금리를 인상한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의 기울기는 아닐 것"이라며 "연착륙에 가까운 완만한 가격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