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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진 경기침체 그늘…기준금리 인상 '일단 멈춤'

  • 2023.02.23(목) 12:41

한은 금통위, 1년반만에 기준금리 동결…연 3.50%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
이창용 총재 "금리인상 기조 끝나지 않았다" 강조

지난 2021년 8월 출발한 '기준금리 인상' 열차가 1년반 만에 멈췄다. 기준금리 인상의 핵심 요인이었던 물가상승세가 앞으로는 더뎌질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또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서지 않았다가는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판단도 기준금리 동결 이유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기준금리 인상' 열차가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추가 금리인상 등 우리나라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이창용 총재 역시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끝난건 아니다"라고 강조했을 정도다. 

2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한은 기준금리 인상 '일단정지'

이날 한국은행이 1년 반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멈춘 데에는 경기침체 그림자가 짙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대내외 경제여건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면서 국내 경기를 나타내주는 연이어 악화일로다. 

일단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인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전년 동월에 비해 줄곧 감소세다.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도 지난해 동기 대비 2.3% 줄어든 것으로 집계된 만큼 5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의 이자부담이 크게 늘어난 점도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로 꼽힌다. 

금융당국이 나서 금융회사의 대출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린 덕에 최근 금리는 점차 하락하는 추세다. 하지만 지난 1년반 동안 누적돼온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이 커진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는 내수회복의 걸림돌이다. 

이창용 총재 역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높아진 물가수준과 금리상승 영향으로 소비의 흐름이 약화됐다"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날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제시했던 1.7%에서 0.1%포인트 낮춘 1.6%로 하향조정했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깊어진 것이 기준금리 동결의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결정적인 이유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의 핵심요인인 물가상승세가 앞으로는 꺾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는 점도 한은이 한박자 쉬어갈 수 있는 이유가 됐다.

지난달 5%대의 물가상승률을 이끈 것은 공공요금 인상이라는 특수요인의 영향이 컸다. 앞으로는 이같은 특수요인이 나타날 가능성이 낮고 지난해 이미 높은 상승세를 기록한 기저효과가 나타나며 상승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창용 총재 역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중 5% 내외를 나타내다가 3월에는 작년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상당폭 낮아질 것"이라며 "이후에도 수요압력 약화 등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관측을 바탕으로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5%로 다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제시한 3.6%보다 0.1%포인트 하향조정된 것이다.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금리인상 종료 아닌 '일시정지'

이날 이창용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 "금리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을 더 이어나갈 여지가 충분하다는 신호를 강하게 전한 셈이다. 

이 총재는 "지난해에는 물가가 이례적으로 급등해 매회 기준금리를 인상해 왔지만 그 이전에는 금리를 인상한 후 시간을 두고 추가 인상 여부를 검토해오던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날 결정은 이러한 과거의 일반적인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큰 불확실성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와 연중 최종 금리에 대한 전망이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금리결정마다 0.5~0.75%포인트 큰 폭의 인상과 비교하면 속도를 늦췄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지난 22일(현지시각)발표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여전히 물가 상승세가 높기 때문에 긴축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부 인사들은 0.5%포인트 인상을 지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은은 그간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이 국내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다는 점을 밝혀왔지만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한미간 금리차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달러/원 환율의 상승 등을 감내해야 해서다.

이창용 총재는 "앞으로의 물가 흐름이 현재의 전망에 부합하더라도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연중 지속되는 것이기 때문에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나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미국외 일본 등 세계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의 장기화, 중국 경기의 회복세, 국내 부동산 시장 연착륙 여부, 지난해 연이어 이뤄진 금리인상의 파급효과 등의 변수도 복합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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