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병 라인'
혼잡도가 241%에 달하는 김포도시철도 '김포골드라인'에 붙은 오명이다. 단 2량짜리 열차에 인파가 몰리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자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포시는 김포골드라인을 직영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국토교통부는 버스 전용차로 연장을 추진하는 등 대처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인 대체 열차 노선 확보가 더딘 데다 김포시 인구 증가가 예견돼 시민들의 우려가 식지 않고 있다.
김포골드라인, '꼬마 열차'의 위험성
경기 김포시가 김포골드라인의 김포시 직영체제 전환과 관련한 의견을 묻는 공문을 경기도에 보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공문엔 현재 김포시가 서울교통공사에 위탁 운영(2024년 9월 종료) 중인 김포도시철도를 김포도시철도공단(신규 설립)이나 김포도시관리공사를 통해 김포시가 직접 운영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골드라인에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자 김포시가 직접 대응하려는 것이다.
이 열차는 한강신도시에서 서울 9호선 김포공항역까지 총 23.67km 구간을 오가는 완전 무인운전 전동차다. 양촌역~구래역~마산역~장기역~운양역~걸포분벽역~사우(김포시청)역~풍무역~고촌역~김포공항역 등 총 10개역을 정차한다.
김포골드라인은 철도 교통이 부족한 김포한강신도시 등 지역 주민들의 서울 출퇴근 편의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2019년 개통 이후 승객 과밀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2량짜리 꼬마 열차로 정원이 170여명이 불과해서다. 출퇴근 시간에는 정원보다 많은 승객이 몰리면서 혼잡도가 매우 높아 '지옥철', '골병라인' 등의 오명을 쓰고 있다.
실제로 철도통계연보상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는 241%(2021년 기준)에 달한다. 열차 혼잡도는 △여유(80% 이하) △보통(80~130%) △주의(130~150%) △혼잡1(150~170%) △혼잡2(170% 이상) 등으로 나뉜다. 혼잡2 이상이면 승객끼리 몸이 밀착돼 열차 내 이동이 불가한 수준이다.
이달 11일 오전엔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서 10대 여고생과 30대 여성이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지면서 그 심각성이 재차 불거진 상태다.
김포시가 지난해부터 김포골드라인의 안정성 강화를 위해 추진해 온 '직영체제 전환'이 시행된다면 시가 안전사고에 적극 대처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시의 재정 부담이 늘어나는 등의 부작용이 있는 데다 과밀 승객 해소 방안은 아니라는 점에서 효용성이 높은 대책으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버스로 땜질 처방…대체 열차는?
정부는 일단 대체 교통수단으로 버스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4일 '김포골드라인 혼잡 완화 긴급대책회의'를 버스 전용차로 연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현재 김포시 관할인 고촌~개화는 버스전용차선이 지정됐으나 개화에서 김포공항까지 서울시가 관할하는 지역은 지정되지 않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서울시와 적극 협의해 버스전용차로를 연장하고 고촌·풍무역에서 김포공항역을 직행하는 셔틀버스(전세버스)를 시민들이 체감 가능한 수준까지 전폭적으로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대책으로 꼽히는 대체 열차 확보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내년 9월 증편 예정인 6편성(12량) 열차도 3개월 앞당겨 순차적으로 선투입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5호선 김포연장 세부노선 확정, 서부권 광역급행철도 예타 통과 등 대체 노선도 속도감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만 열차 투입까지는 시간이 오래 소요될 전망이라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포는 가뜩이나 김포택지 개발 등으로 인구가 늘어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시절 GTX-D 개통과 5호선 김포연장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여전히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GTX-D 노선은 아직 노선별 추진 방안도 나오지 않았고, 5호선 김포연장선은 김포시와 인천시의 갈등으로 아직 노선 확정이 안 됐다. 지역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노선 합의 등이 쉽지 않아서다.
이에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재시공'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김포골드라인이 애초 2량짜리 기준으로 만들어진 탓에 열차 규모를 늘리기 어려운 데다 열차 고장도 잦기 때문에 없애고 새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배 보다 배꼽이 커지기 때문에 실현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대체 노선 추진을 앞당기는 동시에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를 더 구체화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대체 노선은 장기적인 대책이긴 하지만 최대한 속도를 내야 하고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는 더 구체적이고 단호하게 수립해야 한다"며 "혼잡도가 일정 수준에서 높아지면 개찰구에서부터 진입을 통제하고, 버스 전용차로는 신규 설치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차선 색칠 등을 통해 과감하게 바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