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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이 너무해]3-② 상속·증여세 '올가미'

  • 2013.08.27(화) 18:15

최고세율 50% 세계 최고 수준…세수비중 2% 불과
MB정부 세율인하 실패…'부자감세' 논란 부담

상속세와 증여세는 대표적인 부자 세금이다. 웬만한 규모의 재산을 물려주지 않으면 과세 대상에 들어가기 힘들다. 고가주택이나 토지를 소유한 사람들만 낼 수 있는 종합부동산세와 함께 부(富)를 상징하는 세목에 꼽을 수 있다.

 

세금을 내는 인원도 상당히 적다. 2012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1년 귀속 상속세 납부대상은 5720명, 증여세는 12만6409명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인구 5000만명 가운데 한해 상속세를 낸 인원이 0.01%, 증여세는 2.5%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그럼에도 재벌의 상속이나 증여를 둘러싼 집안 분쟁이나 탈세 사실은 언론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그들은 높은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어떻게든 재산을 숨기고 줄이는 불법·편법을 저지른다. 일각에선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율이 너무 높아 탈세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상속·증여세율 OECD 최고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1950년 3월 법 제정 당시 최고 90%에 달했다. 재산 1억원을 자손에게 물려주면 세금으로 9000만원을 내고, 나머지 1000만원만 가져가는 구조였다.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사망하면 국가에서 대부분을 환수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명목 세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납세자의 심리적 저항을 초래하게 되고, 조세회피를 유발한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1975년 75%에 이어 1980년 67까지 내려갔고, 1996년에는 40%까지 낮췄다.

 

김대중 정부는 1999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차단한다는 방침을 내놨고, 2000년부터 최고 50% 세율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설계한 과세표준과 세율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율이 가장 높다. 영국과 프랑스는 최고세율이 40%, 미국과 독일은 각각 35%와 30%의 세율을 적용한다.

 

1970년대 후반부터 상속세에 대한 회의론이 나타나면서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웨덴 등은 상속세를 폐지했다. 대신 자본이득세 형태로 재산의 이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추세가 유행이다.

 

상속·증여세는 '부의 재분배'라는 상징성 외에 실제 국가 재정에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지난해 정부가 거둔 국세 203조원 중 상속·증여세 수입은 4조원에 그쳤다. 다만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OECD 국가 중에서는 가장 높은 그룹에 속한다.

 

 

◇ 2008년 세율인하 시도 '실패'

 

이명박 정부는 출범 첫 해부터 감세정책의 일환으로 상속·증여세율 인하를 추진했다. 과표구간에 따라 10~50%인 세율을 소득세와 유사한 6~33% 수준으로 맞추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냈다.

 

상속·증여세는 이미 소득세를 납부하고 난 재산에 다시 세금을 내는 중복 과세의 성격이 강하고, 해외 자본이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도 세율을 낮추는 것이 유리하다는 입장이었다.

 

정부의 세율 인하 방침은 일부 재벌의 상속·증여세 부담만 줄인다는 '부자 감세' 논란 속에 18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19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의 가업상속공제 범위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07년 이전에는 중소기업에 한해 1억원의 가업상속공제를 허용했지만, 매년 세법 개정을 통해 올해부터 매출 2000억원 이하 중견기업으로 대상이 넓어졌고, 공제한도는 최대 300억원까지 늘어났다.

 

◇ 중장기 과제로 재등장

 

재계에서는 높은 상속·증여세율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끊임없이 세율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는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세수 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부자 감세'의 부담까지 떠안기엔 버거운 상황이다.

 

대신 중장기 과제로 상속·증여세 부담 완화를 추진한다. 박근혜 정부는 향후 법인세와 상속·증여세 부담을 낮추고, 개인이 부담하는 소득세와 소비세를 늘리는 방향을 정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달 말 공청회를 통해 "상속세는 세수입이 적은 반면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효과가 크다"며 "투자와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단기적으로는 부유층 자녀에 대한 세부담을 낮춘다. 정부는 내년부터 부모 증여재산 공제 금액을 20년 만에 늘리기로 했다. 성년 자녀에게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을 때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금액을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높이고, 미성년 자녀는 1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인상했다.

 

부모 증여재산 공제 규정은 1994년 이후 한번도 바뀌지 않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다만 지난 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는 직장인과 자영업자의 세부담을 늘리는 대신, 증여세 완화 방침을 내놓으면서 여론을 악화시켰다. 새 정부가 세운 중장기 조세정책 기조는 부자 감세 논란을 계속 몰고다닐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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