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성인의 취미생활 강습학원과 세무사·회계사 등 전문자격사 학원비에 부가가치세를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세수 부족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세금 짜내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부가세 면세 항목을 과세로 전환하면 해당 소비자들은 기존보다 부가세율 10% 만큼의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하고, 개인과 가계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다. 반면 국세청 등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납세자와 직접 맞닥뜨리지 않는 '간접세' 형태로 세금을 손쉽게 걷을 수 있다.
12일 기획재정부가 한국세무학회에 발주한 '부가가치세 과세범위 합리화에 관한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비와 의료비, 금융·보험 용역의 부가세 면세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기재부는 용역 결과를 부가세 과세범위에 대한 정책 마련 과정에서 참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르면 오는 7월 세법개정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7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통해 금융·의료용역과 학원 등 부가세 범위 확대를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항목은 빠져 있었다.
◇ 성인 학원비 전면 과세 검토
가장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교육비 면세 항목이다. 유럽연합(EU) 국가들과 같이 부가세 면세 범위를 공교육으로 한정하고, 공익적 성격이 없는 학원비 등에 대해서는 과세로 전환한다.
현재 교육용역 중에는 무도학원과 자동차운전학원에만 부가세를 과세하고, 나머지 학원은 모두 면세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용역보고서에는 성인 대상 음악·미술 등의 취미생활 강습학원과 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공인중개사·요리사 등 전문자격사 학원, 각종 채용시험에 대비하기 위한 학원들을 과세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담겼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교로 설립되지 않은 외국인학교나 대안학교 등의 수업료도 면세에서 과세로 전환한다. 현행 소득세법에서 규정한 교육비 공제대상(학교 등록금·수업료·급식비 등)이 비교적 엄격하게 공교육의 지출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부가세 면세 범위에 그대로 적용해도 무방하다는 설명이다.
연구용역을 주관한 윤태화 한국세무학회장(가천대 교수)은 "높은 교육열로 인해 사교육시장의 규모가 매우 커졌고, 공교육을 침해하면서 지하경제를 확산시키는 음성적 사교육 지출액이 고소득층일수록 높다"며 "공교육이나 유사한 교육 용역으로 면세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신종 의료서비스, 금융수수료도 10% 부가세
의료용역에서는 미용·성형수술의 부가세 과세 범위를 치료 목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의료서비스와 결합한 신종 사업에 대해서도 과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금융·보험 영역은 수수료 성격을 띄는 부분에 대해 과세로 전환하되, 금전의 소비대차 이자와 유가증권 인수·매매·대여 등은 계속 면세해 금융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이번 연구용역에 3000만원의 비용을 들였고, 보고서를 토대로 주요 부가세 면세 항목의 과세 전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행 의료·교육·금융용역에 대한 면세범위의 적절성을 해외사례 조사 등을 통해 검토하고, 과세전환이 가능한 분야를 탐색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