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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수사에 국세청 자료 필요한 이유

  • 2016.06.13(월) 18:13

비자금 수사 때마다 실시된 검찰의 국세청 압수수색
개별 납세정보 보호 국세기본법 때문에 '압수'형식

검찰이 또 국세청을 압수수색했다. 롯데그룹의 비자금을 수사하는 검찰이 비자금의 조성경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탈세혐의를 포착하고,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롯데그룹의 세무정보를 쥐고 있는 국세청을 뒤진 것이다.

13일 검찰과 국세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와 첨단범죄수사1부는 지난 10일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계열사들을 전격 압수수색하기 전 서울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해 롯데그룹 관련 최근 7년치 세무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수백억원대 역외탈세를 한 정황을 확인하고 집중 수사를 진행중인데, 국세청이 세무조사 등으로 최근에 수집한 롯데그룹의 세무자료들이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세청은 2013년과 2015년에 두차례에 걸쳐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2013년에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은 물론 국세청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 인력까지 150여명의 조사요원들을 투입해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롯데슈퍼 등 롯데쇼핑 4대부문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했다. 호텔롯데, 롯데제과, 롯데알미늄, 롯데하이마트 등 다른 계열사도 동시에 조사를 받았다. 

신동주, 신동빈 두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된 2015년에는 대홍기획, 롯데리아, 롯데푸드 등 순환출자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계열사들이 조사를 받았다. 역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움직였다.
 

# 비자금 그리고 국세청 압수수색
 
검찰이 국세청을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12월 이주성 전 국세청장의 뇌물 수수혐의를 수사하던 검찰이 프라임그룹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대구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지목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비자금 수사를 위해서 2009년 5월과 2010년 10월 두차례나 서울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했다.

2011년 11월에는 SK그룹 비자금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SK텔레콤과 SK C&C와 함께 서울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2013년 5월 CJ그룹 비자금 수사 때에도 서울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해, CJ그룹과 임직원의 세무자료를 대거 확보했다.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국세청 세무자료를 확보하는 이유는 가장 팩트(사실)에 가까운 자료를 상세하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의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대기업 회장 등이 연루된 비자금 사건은 횡령이나 배임, 조세포탈 혐의가 따라오는데, 국세청 세무자료는 기존에 공개된 회계자료 외에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이고 정확한 자료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근무경력이 있는 한 세무사는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할 때, 사전에 영장을 받지도 않고 불시에 들이닥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수집한 기업 세무정보는 검찰이 영장을 발부받아서 압수수색한 자료보다 자료의 정확성이 더 높다고 봐야 한다"며 "검찰이 국세청을 압수수색하면 세무 전문지식이 있는 국세청 공무원들이 수집한 자료를 손쉽게 확보하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 국세청이 걷어서 검찰에 넘겨준다?
 
검찰이 필요로 하는 자료지만 국세청을 압수수색해서 얻어내는 것은 외형상 매끄럽지 못한 모습이다. 당하는 입장이 되는 국세청도 이 부분을 껄끄러워 한다. 같은 정부부처 내에서 자연스럽게 정보를 교환하면 될 일인데 압수수색이라는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했다는 비판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4대 권력기관으로 꼽히는 두 기관이 권력암투를 벌이는 것으로 비춰지거나 국세청이 뭔가 숨기려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는 이유는 두가지다. 법률상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이거나 국세청이 알아서 주는 자료를 신뢰하지 못해서다.

국세기본법에는 개별납세자의 세무정보를 보호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 정부부처인 검찰의 업무협조 요청에도 이 명분이 적용될 수 있다. 때문에 검찰의 국세청 압수수색은 외형상은 압수수색이지만 실제로는 자료협조인 경우도 많다.

롯데그룹 세무정보 확보를 위해 지난주 실시된 압수수색도 강제성이 없는 임의제출 형식의 자료협조라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기본법상 개별 납세자정보를 제공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검찰수사 협조사항이긴 하지만 영장이 있어야만 자료를 줄 수 있다. 롯데그룹 세무정보 역시 검찰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사전에 검찰의 요청이 있었고, 영장을 확인한 후에 자료 일부를 준 것으로 알고 있다. 압수수색이라고 해서 강제로 자료를 뒤져서 가져가고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드물지만 사전에 협조를 요청했음에도 긍정적인 답변이 없을 경우에 강제적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세청에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받을 수도 있지만, 임의제출 형식이 자료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국세청에서는 개별 납세정보에 대한 정보보호의 책임도 있고, 자신들이 판단할 때 제출가능한 범위 내에서 제출할 것이기 때문에 정보가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세청이 협조하지 않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으나 영장 권한이 제한적이어서 정상적인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적도 있다. 

2008년 삼성그룹 비자금에 대해 수사하던 특검은 국세청에 삼성그룹에 대한 세무자료를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러나 호화 별장같은 부동산 거래내역이나 전환사채, 스톡옵션 같은 주식 변동내역이 담겨있는 개별자료에 대한 영장은 기각돼 국세청에 대한 압수수색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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