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잠실 롯데월드타워 불법 사용은 공공연히, 다른 한편으로는 암암리에 이뤄졌다. 롯데월드 타워동은 롯데물산 본사 조직 대부분과 롯데건설의 일부 부서가 입주해 사용하고 있었지만 외부에는 공사 관리를 위한 현장사무소로만 신고돼 있었기 때문이다.
타워동 총 6개 층 대부분이 일반사무실로 사용되면서 저녁 늦게까지 불을 밝히고 있었지만 관할 지자체인 송파구나 서울시도 사용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장 관리감독 행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 서울시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지 않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타워동의 일부 층이 지난 14일 저녁 불을 밝히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 '현장사무실' 신고하고 사옥처럼 입주 사용
롯데그룹은 공사가 마쳐지지 않은 타워동 내부 공간을 현장 관리 업무 외에 광범위하게 사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입주해 사용한 타워동 내 공간은 11·12·13·16·26·27층 등 총 6개 층의 전층 또는 일부다.
롯데물산의 경우 2013~2014년께부터 입주 정황이 있다. 이원우 전 사장, 최근 롯데마트 사장 재직 시절 '가습기 살균제' 판매 관련 건으로 구속된 노병용 사장도 집무실을 타워동 내에 두고 있었다는 게 이 프로젝트에 정통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밖에 시공사인 롯데건설을 비롯해 롯데정보통신, 호텔롯데, 롯데월드, 롯데자산개발 등 계열사 일부 인원들과 협력업체들이 공사와의 직간접적 업무 연관성을 이유로 타워동 내에 사무공간을 쓰고 있었다.
현재 타워동에 직원 대부분이 근무 중인 롯데물산 측은 "관할 구청의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롯데월드 타워동에 대한 서울시 사용승인은 난 적이 없고, 송파구청에는 타워동 내 현장사무실 용도의 '가설 건축물 축조신고'만 돼 있는 상태다.
건축법상 공사 현장에서의 가설 건축물은 '공사에 필요한 규모 범위 안의 공사용 가설 건축물 및 공작물'(20조 2항)로 제한돼 있다. 가설물 신고도 롯데물산이 아니라 시공사인 롯데건설 명의로 이뤄졌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 서울시 "현장사무실 아니라면 행정 조치"
송파구는 16일에야 뒤늦게 현장 조사팀을 보내 사실 파악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송파구 현장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불법 사용 상황이 확인될 경우 퇴거 명령 및 형사 고발 등 필요한 행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현장사무실이라고 신고된 용도 내에서 건물을 사용한 것이 맞는지, 또 건물 내에서 신고하지 않은 부분을 공사와 무관한 업무로 사용하지는 않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한 법률 전문가는 "통상 시공사가 공사에 필요한 현장사무실을 운영하는 것은 관련 법상 허용되지만 사업주인 시행사가 공사중인 건물 안에 설치된 현장사무실을 미리 입주해 사용하는 것은 불법 소지가 크다"며 "송파구나 서울시도 관리감독이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롯데그룹을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유독 롯데물산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등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도 사무실 대부분이 롯데월드타워 내부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식적으로는 건설 현장사무실인 만큼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명목상 롯데물산은 타워동 옆 저층부 상업시설인 에비뉴엘동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타워동 내부 수 개 층과 지상 가건물에 입주해 있다. 롯데건설도 본사로 쓰고 있는 서초구 잠원동 상가건물은 수사를 받았지만 롯데월드타워로 이전해 있는 일부 부서는 수사를 피했다.
▲ 롯데월드타워/ 이명근 기자 qwe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