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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토끼몰이식 `핀셋 증세`

  • 2017.07.24(월) 18:17

증세 논쟁 틀짜기 효과(framing effect)

#문재인 정부가 지난 21일 증세 카드를 꺼냈다. 고(高)소득자와 초(超)대기업이 타깃이다. 연소득 5억원 이상인 개인과 과세표준 2000억원을 넘는 기업에 대해서는 세금을 더 물리겠다는 것이다. 그냥 증세가 아니라 `부자` 증세에 방점을 찍었다. `증세=나쁜 것`이라는 프레임을 깨기 위한 비책인 셈이다.
 
#여기에 프레임 하나를 덧댔다. 이른바 `핀셋` 증세다. 증세 타깃을 수퍼리치로 한정한 것. 전체 국민의 0.08%, 전체 기업의 0.019%로 범위를 최소화했다. 일반 서민에게는 단 1원의 부담도 주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핀셋증세=수퍼리치증세=좋은 것`이라는 강고한 틀을 짠 것이다.
 
*틀짜기 효과 : 어떤 틀로 상황을 인식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행태가 달라지는 것. 반 잔의 물컵을 보고 어떤 사람은 반 잔이나 남았다고 보는 반면 어떤 사람은 반 잔 밖에 남지 않았다고 보는데 그에 따라 행동양식이 달라진다.

▲ 그래픽/변혜준 기자 jjun009@
 
#부자증세의 반대편에선 `징벌적 증세` `포퓰리즘 증세`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다. 부자에게 한정한 증세는 대중 인기영합주의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정책은 합리성과 타당성에 기초해야지 부자와 서민의 편 가르기 식이어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야당 원내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낮추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며 `청개구리 정책`이라고 반발한다.
 
#일단 기선은 핀셋 증세 프레임이 잡았다. 24일 리얼미터의 `대기업·부자 증세 방안에 대한 국민여론` 설문조사에 따르면 증세 찬성이 85.6%로 반대(10.0%)를 압도했다. 이런 흐름에 올라탄 여당 정책위의장은 부자증세를 놓고 "초우량기업이 국민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사랑과세, 부자들이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존경과세가 될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정부가 야당의 반대를 뚫고 증세에 성공한다고 해도 논란은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부자증세의 타깃이 된 사람과 기업이 그 취지에 동의하지 않는 한 지속가능한 세금으로 자리 잡기는 어렵다. 가뜩이나 법인세의 경우 미국 트럼프 정부가 최고세율을 35%에서 15%로 낮추는 등 주요 선진국들이 감세정책을 펴고 있어 우리만 반대 행보를 취할 수만도 없는 형국이다. 
 
#4년 전 박근혜 정부 초기에 불거진 조세저항의 원인은 국민들과의 소통 부족이었다. 청와대 경제수석의 거위털 발언(세법 개정의 정신은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식으로 세금을 더 거두는 것)에 국민들은 자괴감을 느꼈고 결국 사상 초유의 세법개정안 리콜 사태가 터지면서 세금에 대한 불신이 임기 내내 이어졌다.
 
#지금 증세가 왜 필요한지, 왜 부자를 타깃으로 해야 하는지, 왜 법인세 명목세율을 올려야 하는지 국민에게, 납세 대상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과거 정부가 보여줬던 때려잡기식 과세 방식은 반발만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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