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일가의 초대형 상속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지난 5월 별세한 고(故) 구본무 회장이 남긴 LG주식 1945만8169주를 세 자녀가 나눠갖게 됐는데요.
그룹을 물려받은 장남 구광모 회장은 LG주식으로만 1조원을 상속받고 장녀 연경씨와 차녀 연수씨가 각각 2297억원과 578억원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물려받는 다른 재산을 제외하더라도 국내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상속세를 기록할 전망인데요. 실제로 부담하게 될 상속세액과 신고납부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봤습니다.
# 구광모 상속지분 1조원
구 회장은 지난 1일 (주)LG 지분 1512만2169주를 상속받아 최대주주(15.0%)에 올랐습니다. 연경씨와 연수씨는 각각 346만4000주와 87만2000주를 물려받으면서 2.9%와 0.7% 지분을 갖게 됐습니다.
세 자녀가 이날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통해 아버지가 남긴 LG주식을 사이좋게 나눈 겁니다. 지난 5월 상속개시 당시 8만원에 달했던 LG주가는 5개월 만에 6만원대로 떨어지면서 세 자녀의 지분 가치도 하락했습니다.
지난 10월31일 LG주식 종가인 6만6300원을 기준으로 하면 구 회장은 1조26억원을 보유하게 됐는데요. 그동안 주식 가치가 2000억원 떨어진 셈이죠. 하지만 주식에 대한 상속세는 사망일(상속개시일) 전후를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최근의 주가 하락이 반영되지는 않습니다.
# 상속세 8731억원 추산
구 회장이 물려받게 된 LG 주식은 유가증권 상장주식이기 때문에 세법에 따라 가치를 평가해야 합니다. 유가증권 주식은 사망일 전후 2개월씩 4개월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가치를 매기는데요.
상속개시일(사망일)인 5월20일을 기산점으로 3월21일부터 7월19일까지의 평균 주가는 7만8726원입니다. 상속된 LG 주식 1945만8169주를 환산해보면 주식 가치는 1조5319억원입니다. 국세청은 이 주식가치를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하게 됩니다.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상속받으면 20% 할증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에 과세표준은 1조8382억원이 되고 상속세 최고세율(50%)과 신고세액공제(460억원)를 적용하면 세 자녀가 실제로 납부할 상속세는 8731억원입니다.
# 나눠 받아도 상속세 불변
증여세는 재산을 여러 사람이 나눠 가질 경우 세액을 줄일 수 있지만 상속세는 이런 방식의 절세가 불가능합니다. 상속인 수나 유산 분배 비율에 관계없이 사망자의 유산 총액을 과세대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LG 주식을 세 자매가 나눠 가져도 상속세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LG 주식에 대한 상속세 8731억원은 상속인들끼리 나눠서 세무서에 내야 한다는 얘기죠. 상속지분 가운데 77.7%를 물려받은 구 회장이 6784억원, 연경씨와 연수씨는 각각 1554억원과 393억원을 상속세로 낼 전망입니다.
자녀 상속공제(5000만원)를 적용하면 세액을 줄일 수 있는데요. LG 주식의 경우 상속재산의 과세표준이 1조80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인 만큼 공제 효과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 11월30일까지 상속세 신고
재산을 상속받는 유족은 상속개시일(사망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관할 세무서에 상속세를 신고해야 합니다. 구 회장의 상속개시일이 5월20일이므로 11월30일까지 신고하면 되는데요.
실제 상속세도 30일 직전에 납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거액의 상속세를 납부할 땐 세무대리인의 조력을 받아 충분히 검토한 후 신고기한에 임박해서 진행합니다. 하루라도 먼저 납부하면 그만큼의 이자를 더 내는 셈이기 때문이죠.
신고기한을 지킬 경우 5%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상속세액이 1조원이라면 신고세액공제를 통해 500억원을 줄일 수 있죠. 만약 신고기한을 넘기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할뿐만 아니라 가산세까지 내야 합니다.
# 연부연납으로 5년간 분납 가능
구 회장을 비롯한 세 자매는 상속세 신고 후 수천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국세청에 내야 하는데요. LG 주식은 상장주식이기 때문에 현금 대신 물납(주식)으로는 낼 수 없습니다. 아무리 재벌이라도 6개월 내에 수천억원의 현금을 마련하긴 힘들죠.
이처럼 상속세액이 많은 경우에는 연부연납 제도를 이용합니다. 거액의 상속재산이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구성돼 있을 경우 세금을 납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정 기간 동안 여러 번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는 제도입니다.
상속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연부연납이 가능하며 세무서장의 허가를 받으면 5년간 나눠서 납부할 수 있습니다. 이자율은 연 1.8% 수준으로 은행 이자보다 훨씬 낮은데요. 실제로 구 회장은 연부연납을 활용해 상속세를 납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국세청 검증 거쳐 최종 확정
LG일가에서 상속세를 모두 납부하더라도 국세청의 검증 절차가 남아있습니다. 다른 상속재산을 빼돌리지 않고 제대로 신고했는지 조사하는 겁니다. 상속세 신고기한이 종료된 후 서울지방국세청의 대대적인 상속세 조사가 이뤄질 전망입니다.
고(故) 구본무 회장이 최근 10년 안에 상속인들에게 부동산이나 현금 등을 물려준 것으로 드러나면 사전증여 재산으로 판단해 상속재산에서 합산해 상속세를 추징하게 됩니다. 상속인뿐만 아니라 LG일가 친척들이 5년 이내에 재산을 물려받았더라도 상속재산에 합산합니다.
최용준 세무법인 다솔WM센터 대표세무사는 "상속재산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현금화 부분과 우회 증여, 계열사 부당지원 등 다양한 사전증여 형태를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자회사를 통한 역외탈세 여부도 최근 국세청이 많이 들여다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