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체 신원의 사주(社主)가 경영권 안정의 지렛대로 쓸 수 있는 ‘히든카드’가 주목받고 있다. 전환사채(CB) 콜옵션(매도청구권)이다. 오너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게 신원의 18%에 달하는 자사주라면 앞으로 1년여 동안 언제든 실제 지배지분 보강을 위해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카드 또한 손에 쥐고 있다는 얘기다.
오너 지배지분 보강 카드로 요긴한 CB
㈜신원은 2020년 9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17회차 사모 CB 250억원을 발행했다. 만기 3년(2023년 9월)에 표면이자율 2.0%. 만기이자율 3.0%짜리다. 대상은 키움캐피탈과 한국투자캐피탈 2곳으로 각각 125억원씩이다.
주식 전환가는 1425원이다. 원래 최초가격은 1465원이었지만 CB 계약 당시 주가 하락 시 가격 조정, 이른바 ‘리픽싱’(최저한도 70% 1030원) 조건에 따라 2020년 12월 다소 낮아졌다.
현재 CB 잔액은 100억원이다. 발행 1년 뒤 전환청구권 행사 제한이 풀릴 무렵인 작년 9~10월 150억원이 주식으로 전환된 뒤 남은 액수다. 주식수로는 701만7542주, 현 발행주식의 7.34%(보통주 기준)다.
미전환 CB의 실질적 소유주가 신원의 최대주주인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이하 ‘티앤엠’)다. 광고대행업을 사업목적으로 하지만 매출이 전혀 없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다. 신원의 오너인 창업주 박성철(82) 회장(39.22%)을 비롯해 부인과 아들 3형제 등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곳이다.
내년 9월까지 주식전환 저울질하는 티앤엠
신원이 사모 CB를 발행할 당시 계약조건에 따라 250억원 중 40%(100억원)에 대해 콜옵션을 쥐고 있었던 게 티앤엠이다. 또한 현재 이 중 절반은 실제 전환사채권을 보유 중이다.
올해 1월 말 콜옵션을 행사, 50억원을 주고 전환사채권을 사들였다. 인수자금은 해당 전환사채권을 담보로 키움캐피탈 차입금으로 충당했다. 나머지 콜옵션 50억원은 행사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사채 만기까지 앞으로 1년 3개월 동안 언제든 가능하다.
현재 박회장이 1대주주로 있는 티앤엠 소유의 신원 지분은 18.80%다. 오너 일가도 있지만 얼마 안된다. 박 회장의 아들 3형제가 각각 0.54% 도합 1.62%를 가지고 있다. 합해봐야 20.44%로 20%를 갓 넘는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박 회장의 지배 지분이 안정적인 편이 못된다.
현재 티앤엠이 보유 중인 CB 전환사채권 50억원 및 콜옵션 50억원이 전액 주식으로 전환되면 상황은 확 달라진다. 티앤엠 소유의 신원 지분이 24.38%로 상승한다. 지금보다 5.58%p 뛴 수치다. 오너 일가까지 합하면 25.9%다. 티앤엠이 손에 쥔 신원 CB 콜옵션이 달리 ‘히든 카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