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원익그룹의 오너 지배구조에 변화의 조짐이 싹텄다. 경영권을 지탱하는 최상위 지배회사에 개인 유한회사를 주주로 등장시켰다. 결과적으로 보면, 정확히 10년만인 올해 창업주 이용한(70) 회장이 가업 세습을 위해 2세들을 지배구조의 맨 꼭대기에 올려놓기 위한 전주곡이었다.
2008년 이후 줄곧 1인 소유 유한회사
(유)호라이즌은 1999년 12월 (유)호라이즌캐피탈로 설립됐다. 자본금은 22억원(보통주 15주·우선주 43만5150주, 액면가 5000원)이다. 올해 7월 현 사명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확인 가능한 범위로, 이 회장이 2004년 지분 65.5%, 2008년 이후 줄곧 100%를 소유해 온 개인회사다. 비록 대표 자리는 2000년 8월 이후 전문경영인 임창빈(63) 대표에게 맡기고 있지만 이 회장 또한 2005년 1월 이래 사내이사직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너 지배구조 측면에서 초창기 이 회장의 (유)호라이즌 활용도는 제한적이었다. 사실상 지주사나 다름없던 ㈜원익의 지배 아래 있던 옛 원익IPS 1.31%, 옛 위닉스 11.62% 등의 지분을 보유했을 뿐이다.
당시 원익IPS는 2011년 1월 반도체 제조용 장비업체 아이피에스(IPS)와 ㈜아토의 통합법인이다. 위닉스는 1997년 9월 ㈜원익이 동아제약 전자부품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원익텔콤이 전신으로, 하이브리드 집적회로(Hybrid IC) 주력의 전자부품 OEM(주문자제조생산방식) 업체다.
(유)호라이즌이 영위하는 사업도 이렇다 할 게 없었다. 경영컨설팅 및 자산평가사로서 주로 부동산에 대한 평가와 관리 등을 담당했다. 이런 이유로 기업볼륨도 2013년 말 주로 계열사 주식으로 이뤄진 총자산 124억원에 자기자본은 73억원 정도였다.
2014년 7월 이 회장이 돌연 (유)호라이즌에 존재감을 불어넣었다. ㈜원익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워런트 25억원어치를 전량 증여했다. 2011년 8월 ㈜원익이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만기 5년짜리 1회차 분리형 사모 BW 50억원을 발행할 당시 인수했던 워런트다.
(유)호라이즌은 한 달 뒤 워런트를 전액 행사해 주식으로 전환했다. 당시는 (유)호라이즌이 옛 원익IPS 주식을 2014년 5~7월 장내에서 98억원에 전량 정리한 무렵이다. 즉, 이 자금으로 외부 차입금을 상환하고, 일부는 ㈜원익에 출자하는 데 활용했다.
홀딩스 ‘옥상옥(屋上屋)’ 지배회사 2대주주
(유)호라이즌이 당시 확보한 지분이 7.09%다. 이 회장이 원익그룹의 뿌리이자 최상위 지배회사 ㈜원익에 (유)호라이즌을 주주로 등장시켜 오너십을 튼실히 하는 보완장치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2016년 4월 옛 원익IPS를 현 원익홀딩스와 원익IPS로 쪼개 지주 체제로 전환한 뒤로는 (유)호라이즌이 홀딩스의 ‘옥상옥(屋上屋)’ 지배회사 ㈜원익에 대해 당시 유일한 오너 주주로 있던 이 창업주(39.84%)에 이어 2대주주의 존재감을 가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호라이즌의 ㈜원익 지분이 잔여 워런트 행사 등으로 6.78%로 축소된 적이 있지만 2019년 12월 곧바로 한 단계 더 레벨-업 됐다. ㈜원익의 위닉스 합병에서 비롯됐다. 위닉스의 1대주주(87.88%) ㈜원익에 이어 2대주주로 있던 (유)호라이즌이 합병신주(비율 1대 1.08)를 통해 8.15%로 끌어올렸다.
현재 지주사 원익홀딩스 지분 1.07%도 소유 중이다. ㈜원익(30.00%), 이 회장(18.10%)에 이어 단일 3대주주다. 2020년 12월 원익홀딩스가 자사주 2.07%를 매각할 당시 최대주주 ㈜원익(1.0%·50억원)과 함께 인수한 1.07%(54억원)다.
(유)호라이즌은 작년 말 총자산 134억원에 매출이 ‘제로(0)’다. ㈜원익 8.15%, 원익홀딩스 1.07% 등 오롯이 지배구조 핵심 계열사 지분을 소유한 오너 개인회사로서만 존재해 왔다는 의미다.
이 회장이 이렇듯 자신의 계열 장악력을 높이는 장치로 써왔던 (유)호라이즌을 2세 지분 대물림 카드로 활용했다. 준대기업 반열에 오른 해이자 이 회장이 고희(古稀·70)를 맞은 올해 일을 벌였다. (▶ [거버넌스워치] 원익 ④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