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익(WONIK)그룹이 양대 핵심사업의 한 축 2차전지 장비 분야에서 대규모 ‘적자 수렁’에 빠져들었다. 반도체 장비·소재를 주력으로 하던 원익이 야심차게 진출한지 4년만이다. 위기 진화를 위해 그룹 핵심 재무통을 이사회에 투입하지만 돌파구가 마련될 지 주목거리다.

원익홀딩스, PNE 주식가치도 1/3 토막
10일 원익피앤이(PNE)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연결기준)이 295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 보다 3.9%(121억원) 감소했다. 특히 영업손실이 487억원을 나타냈다. 2023년 29억원 흑자에서 대규모 적자로 급반전했다. 순손실 또한 637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적자폭이 무려 17배 불어난 수치다.
2차전지 생산 설비 및 연구개발(R&D) 장비를 핵심 사업으로 한다. 이외 발전소 여자기용 전원공급장치 및 100% 자회사 PNE시스템즈를 통해 전기전기차용 충전기 등을 생산한다. 가파른 성장을 이어온 전기차 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2차전지 전방산업의 설비투자 축소 및 이연으로 매출은 줄고 고정비 부담은 급증해 수익성이 악화됐다.
원익그룹으로서는 원익PNE를 인수한 지 4년 만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이다. 원익PNE는 2020년 12월 계열 편입한 PNE솔루션이 전신(前身)이다. 이어 이듬해 12월 PNE솔루션을 통해 엔에스를 인수한 뒤 2022년 11월 양사를 통합한 계열사가 지금의 원익PNE다.
최대주주인 지주회사 원익홀딩스 소유의 주식가치도 3분의 1 토막이 났다. 홀딩스는 원익PNE 지분 31.05%를 소유 중이다. 총투자액이 1110억원(주당 평균취득가 7550원)에 달한다. 반면 원익PNE의 현 주식시세는 2470원(8일 종가)에 머물고 있다. 지분 평가액이 364억원에 불과하다.

자금 관리 ‘발등의 불’…재무통 전진 배치
원익PNE의 자금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면서 오너 이용한(71) 회장의 ‘가신(家臣)’이자 그룹의 핵심 재무통이 경영 일선에 전진 배치된다. 김지만(54) 원익홀딩스 기획조정실 전략본부장이다. 2010년 4월 원익에 합류한 이래 재무팀장 등을 지냈다.
원익PNE는 26일 2024사업연도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당초 3명의 사내이사진(사외 2명) 중 정용욱 전 사업총괄(COO) 사장의 퇴임으로 비어있던 자리다. 정 사장은 LG에너지솔루션 유럽지역 대표 출신으로 작년 1월 원익에 적을 뒀다가 10개월 만에 동원시스템즈 2차전지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최고경영자(CEO)는 유임된다. 이기채(62) 대표다. 삼성SDI 소형전지 제조센터장 전무(2018~2022년)를 지낸 뒤 2022년 3월 엔에스 대표로 영입된 인물이다. 이어 같은 해 11월 PNE솔루션과 엔에스 통합법인 출범 뒤에도 줄곧 CEO로 활동하고 있다.
이외 조남성(66) 원익홀딩스 대표(각자)이사 부회장 또한 사내이사로 재선임된다. 제일모직(2013~2014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2014~2017년) 출신으로 현재 원익PNE의 경영자문 역할도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