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현장에서] 한미약품 뼈아픈 실패.."경험 쌓았다"

  • 2016.10.02(일) 15:59

한미약품 첫 신약 '올리타'
최근 기술수출 계약해지
"실패 경험 역시 소중해"

▲2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 [사진=김성은 기자]

"올무티닙은 후보물질 발굴에서 시작해 10년에 가까운 개발과정을 지켜봐왔다. 정말 애착을 가지고 개발한 약물이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2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폐암신약 올무티닙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올무티닙(제품명: 올리타)은 한미약품이 지난 1973년 창립 후 처음으로 국내 시판 허가를 받은 신약이다. 한미약품은 그간 세상에 없던 첫 신약이라는 뜻의 '퍼스트 인 클래스'를 목표로 폐암치료제 '올무티닙'의 연구개발을 추진해왔다.

그간 올무티닙 개발은 순항을 거듭했다. 올무티닙은 후보물질 발굴을 거쳐 지난 2012년 2월 임상 1·2상시험 진입, 2015년 5월 임상 2상시험 진입에 성공했다. 이어 2015년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약 85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 됐다.

올무티닙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오시머티닙'이 경쟁약물로 등장하면서부터다. 오시머티닙(제품명: 타그리소)은 올무티닙에 한발 앞서 임상 2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허가를 받았다.

이에 최근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무티닙에 대한 추가적인 개발을 포기하면서 올무티닙은 사실상 전세계 시판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날 이 사장은 "올무티닙은 타그리소보다도 먼저 임상에 들어간 약물이었다"며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4년 차입금 상환 부담 등으로 회사가 흔들리는 위기 속에서도 신약 연구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진행해 지난해 올무티닙 기술수출이라는 성과를 터뜨렸다. 한미약품으로서는 이번 계약해지가 더욱 뼈아픈 이유다.

이날 이 사장은 지난해 약 8조원의 기술계약 체결로 쏟아진 시장의 관심이 다소 부담스러웠던 듯 "다른 산업분야와 달리 8조원의 기술수출을 했다고 해서 이 금액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개발 단계를 진척하지 못하면 미리 설정된 성과금을 받을 수 없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약주를 향한 시장의 들뜬 기대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제약업체 한 관계자는 "임상 1상시험에서 시작해 시판에 성공할 확률이 1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신약개발은 성공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며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임상실패가 마치 있어서는 안되는 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의 성장성을 장기적으로 보지 않고, 투기 성격으로 돈을 거는 투자자가 많아 오랜 기간 연구를 진행해야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 주가는 지난 30일 올무티닙의 계약이 해지됐다는 소식이 공시를 통해 공개되자 전날(종가 기준)에 비해 18% 폭락했다. 앞서 한미약품은 지난해 약 8조원 규모의 기술수출에 이어 지난 29일 약 1조원의 추가 수출계약을 공시했다.

이 회사는 지난 상반기 연구개발 비용으로 매출의 17% 수준인 824억원을 투자했다. 현재 국내외에서 30여건의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520여명의 연구인력이 경기도 동탄의 R&D센터를 중심으로 연구활동을 진행 중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손지웅 R&D 총괄 부사장은 "한미약품으로서는 신약개발에 실패하는 경험 역시 소중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한미약품이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하며, 한번의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도 혁신적인 신약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