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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공시 파문 일파만파…아수라

  • 2016.10.04(화) 14:12

금융당국, 미공개정보 이용 등 조사
공매도 세력 개입 의혹 등도 대상

한미약품의 호재 뒤 갑작스런 악재 공시의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악재성 공시를 제때 하지 않은 한미약품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늑장 공시와 관련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 혐의가 있는지부터 주가 조작이나 부정 거래 혐의 등에서도 집중 조사한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한미약품의 지난달 29일부터 30일의 행적에 대해 정밀 모니터링에 일제히 들어갔다. 
 


세 개의 기관은 특히 한미약품 주가 폭락 사태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 혐의가 있는지는 물론 주가 조작을 위해 호재와 악재 공시를 시간차를 두고 냈는지와 이 과정에서 공매도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측은 "한미약품의 수출계약 파기건 공시 등과 관련해 공시의 적정성 및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등 불공정거래 여부에 대해 면밀히 조사, 위법사실이 발견되면 신속히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 늑장 공시, 그동안 뭐했나


이번 한미약품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최대 쟁점은 의도적으로 악재 공시를 늦게 냈느냐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주식시장 마감 후인 오후 4시33분께 스위스 제약사 로슈의 100% 자회사인 미국 제넨텍과 총 1조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했다는 호재성 공시를 냈다.

 

이러자 다음날인 30일 장 초반 주가가 전일대비 5% 이상 상승했으나 거기까지였다. 장 개시 후 약 29분만에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작년 7월 계약한 폐암치료제와 관련한 기술 계약이 해지됐다는 악재성 공시가 나왔다. 곧바로 주가가 급락세로 돌아섰으며 결국 전날보다 18.06%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전날 발표된 호재를 보고 30일 개장 초 주식 매입에 나선 투자자들은 이날 하루 만에 원금의 4분의 1 가량을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한미약품이 개장 직후 약 30분간 한미약품 임직원 등 특정인이 주식을 처분하도록 돕기 위해 일부러 늑장공시를 했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한미약품 임직원 등 내부자의 주식 거래 내역을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 내용의 적정성도 살펴본다. 한미약품의 지난달 30일 계약 취소 공시가 어떤 경위로 취소된 것인지를 이메일로 받은 관련 자료 등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 공매도 세력 개입 의혹


늑장 공시 과정에서 공매도 세력이 개입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지난달 30일 한미약품 주식 공매도 수량은 10만4327주로 지난 2010년 7월 상장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평균 공매도량(4850주)의 30배에 가까운 수치이기도 하다. 이날 거래량도 평소보다 폭증한 180만주에 달했다. 공매도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주식을 빌려 매도한 이후, 주가가 실제로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되사서 갚고 차익을 얻는 투자 방식이다. 현행법상 공매도는 불법이 아니다. 다만 사전 정보를 취득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한미약품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동안 특정 세력이 내부자 거래나 미공개 정보 유포 등으로 이득을 취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약품 임직원이나 기관 투자자가 악재를 미리 알고 투자 손실을 피하기 위해 공시가 나오기 전에 매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공매도 세력은 1주당 최대 23%의 수익률을 올렸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30일 한미약품 주가는 오전 9시 장 시작과 함께 전 거래일보다 5.48% 오른 65만4000원으로 장중 최고점을 찍었으나 29분 뒤에 악재 공시 이후 큰 폭으로 추락, 오후 2시 35분 19.03% 떨어진 50만2000원(최저점)을 찍어 변동폭이 24%에 달했다.

 

공매도 세력이 한미약품 주식을 최고가에 팔고 최저가에 되샀다면 1주당 15만2000원의 차익을 챙김으로써 23.24%의 수익률을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 공시제도 '구멍', 손질 지적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 논란과 관련해 지금의 공시제도 자체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는 과정에서 시장 투명성을 위해 만든 제도들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지금의 공시제도는 기업이 직접 공시를 하고 사후 한국거래소가 그 진위를 가리는 시스템이다. 특히 베링거인겔하임 계약 해지 공시와 같은 ‘기술 도입·이전제휴 등과 관련한 사항'은 자율공시 대상이다.

 

공시 규정에 따르면 자율공시는 사유 발생 다음날 오후 6시까지 공시하면 된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이 같은 규정에 따라 30일 오전 9시29분에 공시를 했기 때문에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한미약품측도 이 부분에 대해 공시를 위한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지연됐을 뿐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지난 2일 김재식 한미약품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은 기자회견을 통해 "호재성 공시 직후 이 같은 내용(베링거인겔하임의 기술 반환 결정)을 다시 공시하면 주식시장에 혼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적법한 절차를 지키고자 했다”고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오후 당직자 등에 맡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한미약품 공시에 대한 사후 검증에 들어갔으나 제도 자체에 구멍이 있다보니 결과적으로 일반 투자자만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자율공시를 사유 발생 당일로 앞당기는 등 투자자 이익을 보호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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