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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경영권 분쟁 전략을 바꿨다

  • 2017.09.13(수) 16:39

롯데계열사 지분 대부분 처분키로..7천억 실탄마련
일본롯데에 집중할 듯‥호텔롯데 지분매입도 주목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롯데 계열사 주식 대부분을 매각키로 했다. 최근 주총을 통과한 4개 계열사 분할합병과 관련해 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처분한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신동주 회장의 영향력은 현저히 줄어든다. 일각에서는 신동주 회장이 롯데의 지주사 전환을 막지 못하자 경영권 분쟁에서 손을 떼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신동주 회장의 이번 지분매각은 다음 단계를 위한 전략이 숨어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 4개 계열사 지분 매각…"경영권 포기 아니다"

신동주 회장은 지난 12일 보유하고 있던 롯데 계열사 주식 대부분을 매각키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신동주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롯데 계열사 지분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기준으로 롯데제과 지분 3.96%(56만2370주), 롯데쇼핑 7.95%(250만5000주), 롯데칠성음료 2.83%(3만5070주), 롯데푸드 1.96%(2만6899주)다.

신동주 회장은 이중 97% 가량을 매각할 계획이다. 매각하는 지분의 가치는 7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회장은 최근 주총을 통과한 4개 계열사 분할합병과 지주사 전환에 반대했고 이 연장선상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의 지주사 전환에 반대하는 주주는 오는 18일까지 주식 매수청구권을 요구할 수 있다.

▲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신동주 회장은 매수청구권 행사 이유로 "롯데 지주 출범을 위한 이번 분할과 합병이 개별 주주들에게 이득이 없다"며 “이번 임시주주총회 결과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4개 기업의 미래에도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제과 3개 기업은 롯데쇼핑과 합병해서는 안되며 롯데쇼핑이 중국시장에서 즉각 철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신동주 회장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내용이다.

지분을 매각하면 신동주 회장의 한국 롯데에 대한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만 향후 있을 주주총회 등에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지분은 남겨뒀다. 신동주 회장과 SDJ코퍼레이션은 “이번 주식 매각이 경영권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 실탄 확보하는 까닭은

지분 매각으로 신동주 회장은 7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이 현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다. 업계에서는 신동주 회장이 한국 롯데에서 손을 떼고 일본 롯데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중대로 지주사 전환이 이뤄지게된 만큼 신동주 회장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 롯데의 경우 여전히 신동주 회장의 영향력이 살아있다. 신동주 회장은 한국 호텔롯데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28.1%를 광윤사를 통해 확보하고 있다. 신동주 회장은 광윤사 지분 50%+1주를 갖고 있는 대주주다.

 

이에 따라 신동주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 주력 계열사로 이어져있다. 신동주 회장은 그동안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시도하면서 한국에서는 롯데 지주사 전환을 견제하는 전략을 취했다. 향후에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확대하면서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일각에서는 호텔롯데 지분 매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호텔롯데는 롯데물산-롯데케미칼 등 알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따라서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은 현재 상장을 준비 중인 호텔롯데의 지분 매입을 위한 실탄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19.07%를 보유하고 있고 광윤사 5.45%,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배하고 있는 투자회사들이 나머지 지분을 갖고 있다. 신동주 회장이 개인적으로 호텔롯데 지분을 매입해 신 회장 지배하에 있는 광윤사 지분을 합쳐 신동빈 회장을 견제할 것이란게 호텔롯데 지분 매입 가능성의 배경이다.


신동주 회장은 신동빈 롯데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을 위한 조직도 재정비했다.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측과 자문계약을 해지하고 홍보대행과 미디어를 운영하는 업체와 계약했다. 법률자문단도 교체했다.

◇ 롯데 "예상했다. 지켜볼 것"

신동주 회장의 지분매각에 대해 롯데그룹은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지주사 전환을 반대해온 만큼 주식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게 논리상 맞다는 것이다. 신동주 회장이 주식 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이상 롯데그룹은 7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해야한다. 롯데는 "이미 충분히 준비해뒀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주 회장뿐만 아니라 지주사 전환을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할 주식 매수청구권에 대한 자금은 이미 넉넉히 준비해둔 상태"라며 "규모를 밝힐 수는 없지만 주식 매수청구권 자금으로 그룹이 어려워지거나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정한 4개 계열사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한도는 2조원 이상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롯데그룹은 특히 신동주 회장의 일본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입지가 줄어 이제 남은 곳은 일본뿐인 만큼 일본 롯데 경영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제 일본 밖에 남은 것이 없지 않느냐"면서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호텔롯데 지분 매입 등 여러가지 시나리오는 물론 신동주 회장측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여러 경로로 확인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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