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다시 반격에 나섰다. 이번에도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겨냥했다.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퇴출이 목표다. 만일 성공한다면 신 전 부회장은 휴화산(休火山) 상태인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롯데그룹은 방어에 나섰다. 변수는 신 회장이 현재 수감 중이라는 점이다.
◇ 반격 준비한 신동주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보유 중이던 한국 롯데 계열사의 주식 대부분을 매각했다. 그 이후 더는 신 회장을 향한 포문을 열지 않았다. 이를 두고 당시 업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사실상 롯데의 경영권 분쟁에서 손을 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은 다시 등장했다. 지난 2월 신 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법정구속되자 닫아뒀던 포문을 다시 열었다.
신 전 부회장은 한국 롯데 계열사 주식을 정리한 이후 일본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롯데에선 더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대신 아직 끊어지지 않고 있는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 간 관계를 지렛대 삼아 재기를 준비했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일본 주주들을 대상으로 물밑 작업을 해왔다"고 전했다.
▲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그랬던 신 전 부회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신 회장이 구속되면서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에서 물러났지만 부회장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공략했다. 당시에는 성명만 발표했지만 이번에는 구체적이다. 일본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의 대표 자격으로 주주제안을 통해 신 회장의 이사 해임과 더불어 신 전 부회장 자신의 이사 선임을 안건으로 올렸다.
더불어 신 전 부회장은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인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의 해임도 요구했다.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은 신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만일 신 전 부회장의 제안이 주주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진다면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로 복귀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곧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방어 나선 롯데
신 전 부회장이 또다시 반격에 나서자 롯데그룹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를 통해 한국 롯데의 경영권을 장악하려 한다면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큰 악재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현재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 신 회장이 구속 중인 상황에서 경영권이 신 전 부회장 쪽으로 넘어간다면 그 후폭풍으로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재판부에 신 회장의 보석을 신청해 둔 상태다. 만일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신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는 만큼 이달 말쯤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참석할 수 있게 된다. 신 회장의 주주총회 참석이 주주들의 동요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본 셈이다.
신 회장은 그동안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왔다. 그만큼 일본 롯데홀딩스가 한국 롯데에 가지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 회장은 이를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들인 종업원지주회와 관계사, 임원 지주회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왔다. 그동안 네 차례에 걸친 신 전 부회장과의 표대결에서 신 회장이 모두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노력 덕분이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재판부가 신 회장의 보석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 쪽 반발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일시 석방이 가능한 구속집행정지 결정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참석해 건재함을 과시할 수 있다. 재판부가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참석을 어떤 시각으로 볼지가 관건인 셈이다.
◇ 신동빈 회장 부재가 변수
롯데그룹과 신 전 부회장 측이 모두 변수로 보고 있는 지점은 신 회장이 구속 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신 회장이 구속 후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직을 사임한 것은 일본 기업의 정서를 반영한 결정이다. 일본의 경우 우리와 달리 경영진이 재판에서 실형을 받을 경우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것이 관례다. 신 회장은 이 관례에 따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사직은 유지하고 있다. 이 부분이 신 전 부회장이 공격하고 있는 포인트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신 회장과 주주 간 쌓아온 신뢰가 탄탄한 만큼 이번 표 대결에서도 이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신 회장의 구속에 따른 여파가 주주들의 마음을 돌려세우지는 않을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마음 다잡기에 나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실제로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최근 일본을 방문, 일본 측 주요 주주들을 만나 신 회장의 의중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처 생각지 못한 주주들의 이탈을 미리 방지하려는 조치다. 대외적으로는 비상경영체제를 통해 신 회장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심 신 회장의 부재로 그룹의 경영권 구도에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 지금껏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이 보여줬던 신 회장에 대한 신뢰를 고려한다면 신 전 부회장이 이번 표 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다만 이번 표 대결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신 회장이 없는 특수한 상황이어서 그동안 쌓아온 신뢰에 균열이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 신 전 부회장이 이 부분을 집중 공략한다면 결과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